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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개축 보고 후기글 씀

by 부산빠순구 posted May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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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키안 ---------

--------임상협 --------------

 

구현준 - 고경민 - 호물로 - 야스다

----------------- 김진규 ---------------

 

--- 김종혁 --- 임유환 --- 권진영 ---

 

---------------- 구상민 ----------------

 

고경민<->허범산

야스다<->김문환

임상협<->박준태

김진규<->차영환

 

 

선발 엔트리 및 교체 순서는 이랬음

뭔가 자만심이 물씬 느껴지지 않음?

 

아무튼 이 멤버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고경민과 임유환에 대한 걱정이 컸었음

고경민 같은 경우엔 조진호체제 아래에서 확실한 포지션을 잡지 못 해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고

임유환은 올 시즌 첫 출전인데다 시즌 전까지의 모습만을 보면 그냥 나이만 먹은 선수였었음

 

근데 이 둘을 제일 처음으로 얘기하는 건

눈에 보이는 활약을 한 구상민을 빼면 고경민과 임유환이 이번 경기 박지성급 묵음영웅이었음

 

임유환은 노련한 수비 조율과 좋은 커버링으로

또 공격수의 이미지가 강한 고경민은 미들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중원부터 박스까지 곳곳에서 1,2차 마킹을 보여준 덕에

꽤 수준 높은 수비전술을 완성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고 봄

 

그리고 전반에 인상적이었던 건

여지껏 중앙에서만 활동하던 호물로를 수비상황에선 중앙을 지키지만 공세 시 오른쪽으로 치우치게끔 이동시키고 

일본선수답게 패싱플레이가 좋은 야스다와의 연계를 통한 공격을 만드는 움직임이었음

 

이 부분은 확실히 처친공격수로 나와 주로 왼쪽에서 활약하던 임상협과 또 그를 도와줄 구현준과의 호흡에 비해 월등히 나은 모습을 보여줬음

그래서 보다 안정적인 오른쪽을 공략하는 횟수가 많게 되고

높은 지역에서의 볼 소유 시간이 2선 3선의 재정비시간과 비례하는 만큼  수비적인 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모습이었음

 

후반전이 되고 임상협과 비슷한 김문환이 야스다 대신 들어오며 다시 호물로가 중앙위주의 플레이를 하게 되면서

중앙선 이상에서의 볼 소유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봄

 

그리고 경기 후반 수비형미들인 김진규와 교체된 차영환을 동일선 대신 수비라인으로 내려놓고

구현준까지 수비선에 두어 5백으로 전환한 판단과 잘 이행한 선수들 역시 칭찬 받을만한 요소임

어느 위치에서건 전술적으로 자기가 막아야할 수비범위를 정확하게 알고 들어온 듯한 모습이 너무 좋았음

 

그래도 이번 경기의 최고 소득은 -공업 대신 방업을 해도 잘함ㅇㅇ- 이 아닌가 싶음

워낙 어택땅만 찍는 감독인데다 조진호단지 수비동의 사람들은 부산빠를 넘어 모두에게 까이던 상황인데

이 한 경기로 모두에게 칭찬받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짐

 

근데 부뽕 빼고 객관적으로 봐도 이번경기 첫 번째 컨셉을 지키던 후반 중반까지의 수비전술은 

포터필드 이후 처음으로 딱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정돈되고 깔끔한 모습이었음

미들과 수비수들간의 간격도 적절했고 상대 쇄도선수나 패싱게임으로 교차되는 선수들까지도 하나같이 약속된 움직임으로 엉키지 않고 잘 막아냈음

 

물론 그럼에도 데얀이란 고비가 있었지만

구상민이 단호하게 안데얀! 해줌

진짜 구상민은 헤트트릭 인정해주고 저 공 들고 집에 가 하고 싶었음

 

아무튼 이랬던 조진호와 그랬던 포터필드간의 차이점이라면

포터필드 시절엔 투톱만의 전개만으로도 마침표를 꾸준히 찍을 수 있었지만

어제는 수비에 크게 가담하지 않는 루키안과 임상협과의 간격이 우리와 미래의 여친만큼 멀었기에 역습이 펼쳐져도 소개팅이 끝난 우리 모습과 같았음

 

그래도 지금 시즌이 하든말든 꾸준히 상상력과 결단력과 행동력을 발휘하는 조진호인 만큼

앞으로도 이런 전술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지금 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나올꺼라 생각함

 

그리고 또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허범산이란 존재임

 

나를 닮아 얼굴은 잘생겼지만 언뜻 보면 분노조절장애가 느껴질만큼 거칠어 매번 우리를 상대할 때면 늘 싸움이 일어났었기에

난 원래 얘를 엄청 싫어했었음

근데 고경민의 체력이 떨어지고 데얀까지 휘젓고 다녀서 다소 불손해진 우리 라인을

허범산의 투입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던 걸 보면

게다가 방송국놈들이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될만큼이던 우리 점유율을 허범산이 좀 바빠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얘 아산 가서 우리가 다시 상대해야 될 때 또 피꺼솟 할꺼 같음 ㅂㄷㅂㄷ

 

 

뭐 난 이런 토악질 나는 수비축구를 좋아함 

상대방 빡치게 수비 막 하다가 덩치 좋은 공격수가 등딱지고 딱 주면 쟤가 딱 뛰다가 딱 올리면 덩치좋은 아까 그 애가 딱 집어넣는 그런 축구

아니면 수비하다가 공 한 번 뺐으면 뭐가 그리 신나는지 너도나도 막 뛰어올라가는 그런 축구

 

그리고 연장승리 보단 승부차기 승리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어제 경기는 완전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경기였음

 

만약 꿈이었다면 새벽에 팬티 빨았을 듯

 

그런데다가 이기기까지 했으니 기분이 무척 좋아야 하는데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니 다 까먹음

 

이런 게 일장춘몽인가?

 

아 일하기 싫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