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도 외국인 없는 대회를 만들면 어떨까?

by BOT posted Aug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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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도 외국인 없는 대회를 만들면 어떨까?

 

축구이야기 대신 농구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다. 818일부터 22일까지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일 펼쳐지고 있다. 10개의 프로팀과 5개의 대학팀 그리고 아마추어팀으로 분류된 상무까지 16개 팀이 토너먼트로 최강전을 뽑는 대회이다.

 

이 대회는 재미나게 프로팀의 경우 아마추어팀들과 동일하게 외국인 선수 없이 출전한다는 점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난 167경기 중 3경기에서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지는 소위 말하는 이변이 펼쳐졌다. 경희대는 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를 근 20점차이로 이겼고, 고려대는 오리온스를 7점차이로 상무도 LG8점차로 넉넉하게 이겼다.

 

 

외국인 선수 없는 프로팀의 망신살.

 

아마추어 특히 대학팀이 특유의 패기로 프로팀을 이기는 이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팀의 선전보다는 프로팀의 형편없는 경기력 때문에 이러한 이변이 벌어 진 듯한 인상을 주어 조금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학선수 출신중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고, 또한 프로에서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면 기량이 향상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프로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장신 선수들이 대학 선수들에게 기량에서 밀리는 모습을 안타까워 보였다.

 

본 기자가 보았던 KCC와 경희대의 경기의 경우 4쿼터에 20점차이까지 벌어졌다. 그 원인은 KCC가 경희대 선수들과의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면서 공격리바운드는 고사하고, 수비시에도 대학 선수들에게 리바운드를 빼앗겼다. 골밑싸움에서 대학생 후배들에게 밀려서 제대로 된 슛기회를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외곽으로 공을 돌리고 확률 낮은 3점슛만 난사해댔다. 대학팀의 패기의 승리라기 보다 프로팀의 망신살 뻗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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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김주성 말곤 한국 농구계에 눈에 띄는 센터가 없다.

이는 외국인 선수들로 인한 출전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외국인 선수로 씨가 말라버린 한국 농구의 센터 계보.

 

KBL2명의 외국인 선수의 보유가 가능하고, 가장 득점력 높고 한국 선수가 기량으로 따라가기 힘든 포지션인 센터 위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다. 출전 기회 역시 외국인 선수와 이중국적을 소유한 선수들 위주로 돌아간다. 결국 국내파 선수들 중 출전시간이 많은 선수들은 포인트 가드나 슈터 위주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인지 한국 농구는 서장훈, 김주성 이후에 마땅히 국제 무대에 내 세울만한 국보급 센터의 계보가 끊겼다. 어느정도 좋은 센터로 재목을 가진 선수여도, 비싼 연봉을 주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에서 밀리게 된다. 자연스래 프로에 가서 기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은 그런면에서 한국 농구의 현주소와 외국인 선수 선발이 시즌 농사의 80%라고 여기는 KBL의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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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부터 대표팀은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축구는 젊고 유망한 공격수들이 클만한 출전 기회를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

 

 

 

대형 골잡이 없다 읍소하는 K리그는 괜찮나?

 

과거 K리그는 외국인 골키퍼를 기용하는 게 붐이던 시절이 있었다. 샤리체프 (귀화 후 신의손)선수의 K리그에서의 성공으로 인해 모든 팀들이 동유럽권의 키가 큰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했다. 그로 인해 국내파 골키퍼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어 급기하 골키퍼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룰이 생겼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당시 이런 룰이 생기지 않았다면, 정성룡, 이범영, 김승규 같은 젊고 재능있는 골키퍼들이 성장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대부분은 공격자원이다. 대전의 경우 주전 최전방 3톱 모두 외국인 선수이고, 서울은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의 팀 내 비중이 매우 크다.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공격수들로 인해 한국 축구의 공격수 계보가 끊겨버리는 게 아닌지 조심스럽게 염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외국인 공격수들로 인해서 한국 축구가 걸출한 공격수의 씨가 말랐다는 말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동국, 김신욱, 고무열, 김동섭, 조찬호, 정성훈, 조동건, 이석현 등 훌륭한 기량의 공격수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줄 대회 필요하지 않을까?

 

시대마다 좋은 공격수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보다 이들에게 더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대회가 존재했으면 한다. 과거 박주영의 경우 서울에게 많은 기회를 주어 프로 다운 기량으로 향상이 되었고, 포항의 고무열의 경우 황선홍감독이 팬들에게 대신 욕을 들어주며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한 덕에 대표팀에 승선할 정도의 기량으로 성장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공격수가 60~70분정도 뛴다면 남은 20여분을 국내파 출신의 공격수들에게 맡겨진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지만, 전적으로 젊고 재능있는 공격수들이 뛸 기회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과 같이 K리그 아니 FA컵이 이런식으로 변화가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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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만들뻔한 미포조선. FA컵에서 K리그 팀들의 외국인 선수를 출전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지지 않을까?

 

 

 

외국인 선수 없는 FA컵 혹은 K리그 컵은 어떨까?

 

국제화 시대이고, 다국적의 선수들이 모여서 한 팀을 이루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들만 출전시키는 대회를 만든다는 건 좀 우스울 수 있다. 또한 한국 젊은 공격수들을 키우기 위해서 그들을 위한 출전시간 확보를 이유로 외국인 선수 출전을 제한한다는 것을 모두가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 시대를 거스르는 후퇴적인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 함께 참여하고 있는 FA컵에서 K리그 클래식 팀들이 외국인 선수 없이 뛰어도 전혀 밀 릴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결과에서도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아마추어 팀이 프로를 꺾는 신선한 결과도 연출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FA컵이 아니라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팀을 아우르는 컵 대회를 신설하여 펼쳐도 좋을 거 같다. 지금 K리그는 경기를 하기 힘든 기간에 너무 많은 경기를 한다. K리그 클래식은 스플릿 리그로 지칠대로 지쳐 있는데 정규리그의 숫자를 줄이고, ACL 일정이 겹쳐있는 3월이나 무더운 8월에 K리그 외국인 선수 출전 없는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가 함께 하는 토너먼트 대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기획이라고 본다.

 

양동혁(dh568@postech.ac.kr)




원문출처 : http://kffactory.tistory.com/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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