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도 썼지만 지금와서 하는 말인데 난 이란전 하기 전부터 돌아가는 분위기가 께름칙하더라.
'이겨서' 케이로즈 코 납작하게 해 주자,
'이겨서' 4만관중이 잘가세요 떼창해 주자
뭐 이런 말들 있잖아.
경기에서 이기는 건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로 축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거든.
경기를 이길 생각을 해야지 이겨서 뭐 할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비단 팬들뿐만이 아니라 대표팀 안팎에서도 분위기가 저렇게 흘러갔잖아.
최강희나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대놓고 도발한 것만 봐도...
그런 식으로 경기 외부에 경기 본연이 아닌 다른 목적을 설정하는 게 외견상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지만
실상 '승리'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즈벡전 봐봐. 못 이기면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선수들이고 팬들이고 모두 승리만을 생각했고
뒷일 생각 않고 뛴 결과 이겼잖아.
근데 이란전은 도발만 요란했지 실제로 승리 자체에 대한 의욕이 우즈벡전보다 더 강했느냐 하면... 글쎄?
의욕이야 넘쳤겠지. 그게 승리에 대한 의욕이었을까 아니면 케이로즈 데꿀멍시키고 이란 브라질행 저지하려는 의욕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북이 알사드에게 진 거나(하필 이 때 감독이 어제 감독이었는데)
삿포로에서 허벌나게 치욕받았던 거나 다 비슷한 양상 아니었나?
이런 소리 하면 탈레반 축덕처럼 보일지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