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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어지면 팀은 끝장’ 스스로를 바늘로 찔렀다

by 여촌야도 posted Jan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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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sport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353&aid=0000025639

전북 현대 축구단은 지난해 18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갖다 쓰지만 200억 가까이를 축구단에서 벌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가장 돋보이는 게 ‘선수 장사’다. 지난해 초 수비수 김기희를 상하이 선화에 보내면서 이적료 600만 달러(약 72억원)를 받는 등 선수를 팔아서 100억원을 만들었다. 전북은 아챔 본선 단골 멤버다. 중국과 중동 팀들이 늘 주목하고, 선수를 노린다. 전북은 좋은 선수를 영입해 잘 활용하고 비싼 값을 받고 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지난 연말에는 도민 구단인 강원 FC가 ‘폭풍 영입’을 했다. 월드컵 공격수 이근호, 수비수 오범석, 지난해 K리그 MVP 정조국 등 10여 명 모두가 알짜다.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의 조태룡 대표는 “3위 안에 들어 아챔 본선에 가겠다”고 공언했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단장 출신인 조 대표의 행보에 축구팬들은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최 감독은 “조태룡 대표를 만나면 ‘존경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 보통 승격 팀들은 다시 강등당하지 않겠다는 말부터 하는데 조 대표는 달랐다. 높은 목표와 도전의식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강원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지금같이 1년 리그 끌고 가는데 급급하면 5년 후 K리그의 장래는 없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건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국프로축구도 방송사에 돈 주고 중계해 달라고 하다가 지금은 중계권료를 1조원 가까이 받는다. 프로축구라는 상품의 질을 높이고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화는 다시 최 감독 거취 얘기로 돌아갔다. 지난해 장쑤 쑤닝은 “7월 1일까지 벤치에 앉아 달라”며 시한을 명시했다. 그는 갈 수 없었다. “스카우트 사건이 터진 뒤 선수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팬들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 상황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수는 없었다.”

-3년이면 빌딩 한 채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것 아니었나.

“중국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찾아와 ‘한국에서 더 이상 이룰 게 뭐가 있나. 중국 와서 별(우승)을 달자’고 설득했다. 중국 구단은 ‘3연패 하거나 7경기 연속 못 이기면 경질’ 같은 말도 안 되는 옵션이 있다. 난 그것부터 없애라고 했다. 그렇게 장애물을 치웠더니 난 못 가고 최용수 선생이 갔다. 하하.”

-중국 프로축구에 한국 감독(최용수·장외룡·박태하·이장수·홍명보)이 많다.

“중국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유럽 명장들을 데려왔더니 하루 1시간반 딱 훈련하고는 호텔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는다. 이들은 아시아 축구를 은근히 깔본다. 반면 한국 감독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한다. 2군 경기는 물론 유소년 팀까지 챙긴다.”

“중국 쪽은 완전히 접은 건가” 묻자 그는 “돌직구네” 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곤 “아챔 우승으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했다. 그는 고졸이고, 아웃사이더였고, 늦깎이였다. 최강희(崔康熙) 이장님이 봉동을 떠나 중국에서 강희제(康熙帝)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