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어

by 잠잘까 posted Jun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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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그렇지만 가끔 팬들이 다는 댓글 '이 사건 때문에 팬질 관둡니다'라는게 조금 불편해. 야구든, 축구든. 뭐만 일어나면 그게 무슨 큰 권리인냥 싶어서 쯔즛하고 바라보게 돼지. 물론 매수사건 때문에 팬질을 관둔다는 건 불편하진 않아 ㅎㅎ. 당연히 그건 이해할 수 밖에 없지.


1. 가끔 몇몇 스포츠 기사 읽으면 경기력에, 구단 행정에 불만을 가지면서(매수사건 제외) 팬질 관둔다라는걸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떠올리는건 과거 박지성 시절 qpr 현지 팬들을 생각하곤 해.

그때 뭐랄까...나름 컬쳐문화였어. 성적이 바닥에 바닥을 찍어서 리그에서 있는 것 자체가 민폐라고 생각하던 시즌에 평관이 만팔천명이 유지되더라고.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최악의 팀? ㅋㅋ 돈은 돈대로 썼는데.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축구장에 갈까'. 이미 좋은 성적은 무리고 강등도 거의 확정인 분위기. 그 재미있다던 이피엘인데 아주 수준 낮은 플레이가 무수히 많이 나와서 보기만 해도 화가 나는 경기들. 당장 축구장은 커녕 티비를 안봐도 무방한데 꾸준한 팬층을 보면서 신기한게 많았어.


2. 물론 그 때는 단지 신기할 뿐이었지 ㅋㅋ.
정작 내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초월한건 여기 개발공 와서 아무것도 이룰게 없는 몇몇 팀의 지지자들의 아우성을 봤던거야. 죽을때까지 팬질할 맛 날 것 같다라고 느꼈지. 내가 여기 가입한 이유기도 하고.

과거 알머시기라고 현재는 망조에 든 유명한 사이트에 가입은 했지만 굉장히 보기 힘들었던게 타팀 유저의 글이 자주 묻히더라고.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유저들 대다수가 팀을 바라보는 방향이 왜곡되어 있어서 몇몇 주제는 관심 받는게 어려워 보였어. 개발공은 그런면에서 좀 나은게 유저들이 굉장히 적고&엠블럼 효과로 인해 몇몇 주제에선 되려 눈에 띠더라. 그러하니까 나도 적게나마 하부리그의 재미 같은 걸 눈으로 귀로, 보고 듣게 되었어. 기사도 찾아보고. 많이는 아니지만 개클이 아닌 개챌을 재미나게 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려준게 여기 개발공 유저글 같아. 더 시간이 지나면 내리그나 개삼도 보겠지.



3. 난 주위에 개리그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 다들 해축이나 야구를 많이 보지. 덕분에 내가 가졌던 꿈 (?)이 누구랑 만나더라도 개리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거. 마치 현재 야구처럼. 누가 잘하냐, 애네는 왜이렇게 못해, 진짜 이놈들은 왜케 잘하냐 같은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

그래서 준비하게 되더라. 전북팬 만나면 뭐 상관없겠지만 만약 타팀팬 만나면? 좀 걱정이더라고. 전북은 100에 80은 알지만 타팀은 100중에 10? 이 정도 밖에 모르면 훗날 누구와 만날때 대화가 깊게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어.

그래서 시작한게 기록지 보는 거. 울팀 말고 다른 팀 경기도 좔좔 봐서 나중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거였지. 그러다가 몇몇 기록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울팀 경기 말고도 다른 팀 경기도 재미나게 보더라. 우승경쟁, 강등 경쟁 등 특정 포인트 뿐 아니라 흔한 매치에도 생각해 만한 사소한 기록들. 그리고 더 많은 걸 보고 싶어서 해외 블로거를 뒤적거렸지. 결국엔 잼난 기록들을 찾아보는게 일과가 되었고.


그러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더라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경기를 봤으면 싶었어. 그러니까 더더욱 타팀 경기와 소식에 눈을 돌리게 되고 울팀 만큼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데이터와 글이 쌓였어. 덕분에 울팀과 붙는 상대팀 경기는 어떤 경기든 잼나게 (물론 경기력에선 노잼...일때가 많지만) 보았지.... 그리하여 현재의 내가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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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이 터지고 팬들이 팬질 관둔다는 글 볼때마다 떠올라.

박지성시절 큐피알 현지팬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현 개삼, 내리그 팬들은 아무도 안보는 리그에서 소위 '자부심'이란걸 느낄 수 있나.
내가 개리그를 어떤 경로로, 무슨 관점으로 봤나.


이런거 생각하면 현 매수사건은 그저 꽤나 아픈 파편일뿐, 내가 축구를, 개리그를 안볼 이유가 없더라고. 지지팀을 버린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징계가 나오고 강등 혹은 승삭 때문에 욕을 먹고.... 팬들은 떠나고. 뭔 사건만 일어나면 욕 먹을 일이 쌓이고...물론 그건 그거대로 가슴은 아플 것 같아. 나도 사람인 지라 우리가 잘나갈때 부러워 하는 댓글 보면 나름 뿌듯했으니까. 내가 한건 없지만 마치 내일인냥 좋아했으니. 그러니 아파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래도 내가 좋아했던게 결국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내가 외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본게 아니기 때문에 마냥 가슴만 아파하며 바라보진 않고 있어. 이 과정 조차 팬질에서 느끼는 정말 뼈아픈 감정 혹은 일련의 사건으로 공유하고 있지.

횽이 매수사건 때문에 팬질을 접는다는 건 아주 상식적인 테크라 굳이 말리고 싶진 않아. 배신감이 크겠지. 그래도 혹여나 조금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횽이 전북을 좋아했던게 뭐 때문인지 생각한번 해봐.

풍요로움, 깨끗함, 강력함, 주위의 시선 뿐만이 현재의 팬질을 이루는 원동력이 아닐거라 생각해. 그런 요소들 중 하나인 개발공이 조금 아니다 싶으면 접는 것도 방법이야. 이 사이트가 팬질의 수단이 될 지언정 본질은 아니잖아? ㅎㅎ 뉴스댓글도 주위의 시선도 모두!!! 팬질의 가지일뿐, 줄기는 아니란 말이지.

힘들면 좀 뭐 어때.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위기를 벗삼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지.




아. 물론 해체하면 무용지물임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