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야 일단 N석에 들어섰을 때 반대편 S석에 퍼런 걸 보고 나니까
기분이 딱 오는게야 2003년 그 때의 그 기분이
개막때와는 또 다른 그.. 그러니까 어 그래 진짜 돌아온 기분이 실감이 나고 막 그러는 거여.
익숙한 그 곳으로 드디어 돌아 온 기분. 그 때도 야간경기였지.
선제골을 넣었을 땐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눈물이 났다가 웃다가 소리를 치다가 그랬고
정말 하, 이길까? 이런 걸? 골은 왜 이렇게 멋있지? 그렇게 못하던 선수들이 왜 이리 잘하지? 계속 그랬어.
자책골과 역전골을 연속으로 먹었을 땐, 또 다시 2003년의 그 고요했던 안양종합이 다시 재현되었단 말이야.
아니 그래.. 10년 전 기분 되살려준다고 이런 것까지 재생해주고 그러니????
그래, 10년. 20대 철없던 젊은이는 여전히 철없이 그냥 늙은 30대가 되는 시간인데
갑자기 10년이 통째로 확 줄어들고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드는 것이지.
그 때가 좋았던 시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옛날을 잠시 느끼게 해 줬어.
손 안까지 들어왔던 승리가 물처럼, 물고기처럼 빠져나갔어.
정말 달콤한 꿈을 꾼 거지만, 역시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지.
근데 이게 현실이라 너무 다행인거야. 안양이란 팀이 존재해서 수원이랑 붙은 게 꿈이 아니었어.
그래, 축구란 참 잔인해.
아마 난 평생 이 놈을 끊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