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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 대표이사의 공(功)과 과(過)

by roadcat posted Dec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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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주 대표이사가 12월 31일에 사퇴할 예정이다.

다른 강원빠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임은주 대표이사가 강원FC라는 구단의 대표이사가 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무작정 임은주 대표이사가 좋다/싫다 이 한가지만을 고수하

지 않고 있다. 공과 과는 확실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느낀 바 임은주 대표이사의 공과 과를 짚어보기로 하려고

한다.

 

 

공1)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

 

임은주 대표이사가 제일 잘 한 일이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앞서, 두 

개새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김원동하고 남종현이다.

 

강원구단은 도민주 모금으로 상당히 많은 자본금을 확보하였다. 60

억원 정도? 그 자본금을 지켜가며 각 시도의 스폰 금액 확보 및 도내

우량기업(그딴 게 없지만...)들의 스폰을 받는다는 게 기본 스탠스.

 

근데 김원동은 그 금액을 야금야금 까먹었다. 그러면서 정경호에게

연봉 4억 줬네.. 외국인선수 영입 비용 공개해야 하네.. 뭐 어쩌네 하면

서 살살 자기 이름만 높여갔다. 결국 자본금이 고갈되기 직전, 정치권

의 압박을 이유로 구단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 놓았다.

 

그 상황에서 임은주 대표이사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구단 이사라는 이

름의 도내 향토세력이 남종현을 옹립한다. 남종현은 '사비'를 털었다는

미명 아래 구단 이름으로 대출을 받게 하였다. 그러고서는 돈 쓰는 건

더 철저하게 썼다. 남종현이 와서 처음 한 게 선수단 연봉 전면 재협상

후 인상..... 강릉종합에 폭죽 설치... 뭐.. 알겠지? ㅋㅋ

 

그 와중에 이송학 사무처장이란 인물은 업무비라고 하면서 안마방 룸

살롱 등을 겁나게 싸돌아 댕기고...

 

그래서 생긴 빚이 60억이 넘었다. 근데 임은주 대표이사는 그것을 거의

변제해 가고 있었고, 이번에 도 의회에서 20억 통과되었으면 너끈히 빚

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물론, 임은주 극딜 세력은 방법론에 있어서 '최대

한 아끼고 아껴서 근근히 갚은 거고 그 때문에 성적도 안 나오고 거지

꼴을 못 면한거다.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다' 이딴 소리를 하고 있

는데, 실제로 시스템 만들어가며 빚 갚는 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회로인지 알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클린카드를 도입해서 구단 내 재무규정도 만들어놨다 하니

다음 올 대표이사가 그걸 전면 폐기하지 않는 이상은 크게 재무 관련해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 같다.

 

 

공2) 구단 구조조정

 

숨겨진 공이라면 또 하나 있다. 외부에서 청탁 들어와서 영입한 선수들

이 많아서 스쿼드가 46명에 달한 바 있다. 이걸 30명 내외로 줄이면서

그 비용을 아꼈다는 거다. 예전에 <짝> 나온 임동선 기억하나? 그 친구

도 실력이 안 되는데 들어온 케이스라고... 그래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방출 수순을 밟은 거다.

 

그것 뿐인가.. 쓸데 없는 직책을 날렸다. 특히, 이송학이 있던 사무처장

자리를 도 공무원으로 대체해서 영업을 뛰는 자리로 만들었다. 쉽지만

은 않은 작업이지만, 그래도 해 내는 거 보고서 이 즈음에서 임은주 반

대 입장에 가까웠던 내가 마음을 다소 돌린 게 아닌가 싶다.

 

 

과1) 반대세력 대응 실패.

 

지금 임은주 대표이사의 최대 반대 세력은 여지 없이 도의회이다. 근데

도의회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포터즈 그룹인 나르샤이다. 

 

난 이 부분이 임은주 대표이사의 과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반대세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르고 달래면서

나아가는 것도 리더로서의 덕목이다. 성정이 다혈질에 가까운 임은주 대

표이사는 아닌 건 확실히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르샤의 요구는 그간 김원동과 남종현 대표이사가 있던 시절에는

모두 다 OK되었던 건이다. 원정에도 같이 따라 가면서 중간에 원정버스

가 내려 식사를 하는 자리가 10번 중 5-6번은 있고, 그 상황에서 반주는

빠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도 나르샤가 이야기한 것은 '식사 한 번 합

시다'였겠지. 임은주 대표이사는 그걸 '술자리'로 인식한 것이겠고.

 

여기서 일단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유하게 이야기했을지는 몰라도, 끝까지

그 입장을 고수했어야 했다.

 

강원빠들.. 특히, 나르샤 구성원들 중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원동이

선수들 몇명 같이 나와 나르샤 집행부와 같이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

서 '우리 팀 선수 중에서 누가 제일 먼저 태극마크 달까?'라는 식으로 물어

보고, 그 자리에서 곽광선이 아마 그럴 거라고 하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

는 이들은 '구단의 소통이 극에 달했을 때'를 이 순간으로 꼽는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소통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닿는다. 그리고 이게 극

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임은주 사장이 도의회 심의에서 '술을 달라고

했다'라고 하는 이런 발언에 발끈한 거겠지...

 

 

과2) 선수단 장악(?) 실패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엔 과 축에도 못 낀다.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는데도 말을 안 들어쳐 먹는 선수가 있

으니까 하는 소리지...

 

2014시즌 미친 활약을 보이며 뜬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올시즌 시작하기

전 연봉협상이 안 풀려서 동계 훈련을 거의 못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 폼이

폭망이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다. 근데, 문제는 이 선수가 시즌 끝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거다..

 

선수단 장악... 그건 감독이 해야 할 부분이긴 한데, 앞서 말한 반대세력들이

이걸 물고 늘어지게 할 구석을 만들었다. 이건 스스로 함정을 파고 거기 들

어간 셈밖에 안 된다.

 

 

 

종합하자면, 임은주 대표이사는 일 하나는 잘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일

을 하는데 있어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고, 그 적들을 너무 무시했다. 한 구단

의 대표이사로서는 가벼운 언동을 보이고, 그것이 스스로를 해쳤다.

 

구단 자립을 목표로 했다면, 그 목표를 확실하게 드러내서 성적은 잠시 기대

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작년 도의회에서 도의원

들의 무리한 요구를 그냥 덥석 받아 물었고,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물론, 최문순 도지사가 도의회 음주 출석만 안 했어도 3월까진 임기 보장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만.....

 

여튼, 나는 임은주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정말 복잡한 심경을 지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구단 대표이사를 맡은 인사들 중 최고로 잘 한....

그나마 좀 대표이사 같은 대표이사를 떠나보낸다 생각하니 다소 먹먹해지기

도 한다.

 

부디 다음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만든 시스템 때려부수지 않고, 임은주 대표

이사가 했던 일 처리만큼 하면서 적들을 잘 제어할 수 있길 바란다.

 

임은주를 반대하는 입장을 지닌 강원빠 무리가 '차라리 임은주 있었을 때가

좋았는데...' 소리 안 하게끔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