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을 쓰기 정말 싫었다. 정확히는 제발 쓰지 않게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는 법. 결국 비참한 마음으로 이 글을 적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왕 이렇게 된 것 한번 파고 들어가보자.
대체 부산의 이름을 달고 뛴 이 팀은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를..
Ⅰ. 들어가며
다들 아는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자. 그리고 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팀, 로얄즈 시절의 영광도 여기서는 잠깐 잊자. 분석의 대상은 2005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로 잡겠다. 즉 부산 아이파크가 '그나마' 마지막으로 우승컵도 들어보고 ACL도 나가며 방귀 좀 끼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10년이란 시간동안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는가.. 그 원인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보자.
Ⅱ. 원인 분석
1. 세대의 단절
2005년 7월 10일 부산아시아드 경기장, 당시 부산은 대전과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2005 삼성하우젠 K리그 전기 우승을 달성하였다. 2004년 FA컵 우승 당시만 해도 뽀록 우승이네 아니네 말도 많았고, 2005년 초 진행된 컵대회에서 독보적인 꼴찌를 기록, '역시나 부산은..' 하고 타팀팬들의 비웃음을 받았던 그 부산이 무려 7승 4무 1패라는 성적으로 전기리그 타이틀을 가져갔던 것.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선수단 정원이 불과 30명을 겨우 넘기던 시절 (선수단이 다 합쳐서 34명인가 그랬을거다.), ACL을 병행하면서 일구어낸 성적이었다는데 있다.
이 때의 우승 이유로는 많은 것을 꼽아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딱 한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바로 이장관, 김재영 (후에 김재형으로 개명), 윤희준, 이정효, 임관식 등 노장들이 중심축이 되어 선수단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 훗날 이 때를 회고하는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은 이 점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뷰를 이제와서 찾으려하니 만만치않다. 부득이하게 내가 기억하는대로 인용하겠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도 있다)
.. 당시 감독 퇴진 운동도 겪었었고, 선수단 분위기도 뒤숭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팀인데.. 최고의 인기 구단이었는데..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라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한데 모았죠.
그러니 연승도 하고, 비길 것 같던 경기도 이기면서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
그렇다. 이런 선수들이 부산에 있었다. 적어도 2005년 7월 10일 그 시점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 날 이후로 모든 것은 무너져 갔다. 우승의 기억을 전승해줄, 승리에 대한 갈구를 표현해줄, 선수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줄 선수들은 하나 둘 사라졌간 것이다. 김재영 선수의 경우는 부산의 김재영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김재형으로 개명 후 전북으로 떠났고, 임관식과 윤희준 선수는 전남으로,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이정효와 이장관 선수 마저 한명은 은퇴, 한명은 인천 행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물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경기력은 저하되기 마련이고, 결국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산은 노장들을 사라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재계약 포기라는 명분하에 버렸고, 심지어 그들을 우롱하기까지 하였다. 나는 아직 2007년 구단 측이 이정효/이장관 선수를 '20년 계약' 운운하며 구단의 레전드로 추켜세우던 것을 잊지 않고있으며, 불과 수개월만에 이장관 선수에게는 은퇴 종용 및 재계약 포기, 이정효 선수에게도 2008시즌 종료 후 계약 포기를 선언했던 장면을 잊지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단의 처사를 나 뿐만이 아니라, 김용대, 배효성, 김유진, 김태민 등 한창 부산의 주축으로 성장해가던 젊은 선수들도 지켜보았다. 그들은 직감했을 것이다. 부산에 계속 남아있는다면, 저것이 자신들의 미래가 될 것이란 것을.. 그래서 그들은 하나둘 팀을 떠났다. 김용대는 성남으로, 김유진은 일본으로, 배효성은 상무로 입대하면서 전역 후 부산을 떠날 것이라 선언하였고 그 말을 지켰다. 여기에 김태민도 SK로 떠났다. 그렇게 부산은 2005년 전기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들을 불과 3년여만에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 생각에 '부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를 물을 때, 첫째로 놓일 원인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승을 경험했지만, 그것을 전승해줄 사람이 구단 내에 아무도 없다는 것.. (2005년의 주역들이 지금도 몇몇은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몇몇은 대학 축구부 감독으로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이들에게 부산의 구단 수뇌부는 눈길조차 주질 않고 있다..) 이처럼 의도된 우승 세대와 현재 세대의 거대한 단절은 열정과 투혼의 소실로 이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작금의 부산 선수들에게 2005년의 기억은 '활자화된 역사'일 따름인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렇게 뛰어서는 안된다는걸, 너희의 유니폼에 박힌 별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는 외침은 오로지 팬들에게서만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말을 선수들과 함께 숨쉬고 생활하며 던질 이들은 모두 부산을 떠났으므로..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