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개번역]11월 21일자 안영학 매거진

by VKRKO posted Nov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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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한 번역은 국내판 포포투 11월호에 실릴 예정이니 그 쪽을 참고해주시길.

혹시 안영학 선수 응원하고 싶은 사람은 트위터로... 

 

 

 

 

안녕하세요.

 

지난번 칼럼에서 제가 긴 재활을 마치고, 11개월만에 J리그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습니다.

 

그 후, 몇 경기 후반 교체로 출장했지만, 마침내 11월 1일 시합에서 약 1년만에 선발로 뛰었습니다.

 

1년만의 선발이었기에, 어떻게든 팀의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경기는 4-0, 대패였습니다.

 

마음은 90분 통째로 온힘을 다해 뛸 생각이었지만, 저 자신의 플레이도 판단 미스나 포지셔닝 미스가 많았고, 심지어는 실점으로 이어진 불필요한 파울까지 범하고 말아 기대와는 정반대의 경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함께 뛰었던 팀 동료들에게도 미안해 어쩔 줄 모르겠더군요.

 

시합 후에는 무척 분하고 아쉬웠지만, 엄청나게 오랜 시간 축구로부터 떨어져 있다 돌아온 제게 그 이상 낙담할 것도 없습니다.

 

[시합에 나가 뛰었기 때문에, 이 분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더라면 이런 후회도 없었겠지. 다음에야말로 승리에 공헌해 이 후회를 기쁨으로 바꿔내는거다.]

 

제겐 뒤를 돌아볼 시간 따위 없었습니다.

 

 

 

다음 라운드는 J3 강등 경쟁 중인 팀끼리 맞붙습니다.

 

리그 종료까지 남은 건 고작 3경기.

 

제가 뛰고 있는 요코하마 FC는 무승부 한 번만 거두면 잔류가 결정되고, 상대 팀은 잔류하려면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요코하마 홈에서 치뤄지는 중요한 시합.

 

클럽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 시합에서 잔류를 결정짓고 싶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라운드에 이어 선발출장이 결정된 저도, 강한 각오를 다지고 이 경기에 임했습니다.

 

중압감에 시달리는 양 팀은 경기 시작부터 움직임이 둔해, 영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질 못했습니다.

 

0-0으로 전반전이 끝나고, 잔류를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한 상대 팀은 후반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로 공격해왔습니다.

 

상대 크로스성 슛이 골대를 직격하고, 이상한 분위기로 흐르며 경기장에는 환희가 교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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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8분, 세트플레이에서 흘러나온 공을 우리 선수가 크로스로 올려줬고, 뛰어든 제 헤딩슛이 그대로 상대 골문에 꽂혔습니다.

 

골을 넣은 순간은 넘어져 있었기에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았지만, 공이 골대 안에 들어있는 걸 확인한 순간 저는 골대 뒤에 있는 서포터를 향해 뛰어갔습니다.

 

왜 골대 뒤로 뛰어 갔는지, 저 자신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팀에서 떠나있어 지금까지 전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저 역시 요코하마 FC의 일원이 되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골대 뒤의 서포터 분들과, 팀 동료들과 껴안았던 그 감촉과 흥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후 상대 팀이 필사적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그 이상의 기백으로 우리 팀이 점수를 지켜내 그대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35분 교체 아웃된 저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팀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긴장되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기에, 계속 서서 응원했습니다.

 

동료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퍼지는 순간,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스탭들의 환호성이 폭발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질고 긴 시간을 거쳐 겨우 제가 있어야 할 곳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 경기야말로 제 복귀전인 셈입니다.

 

 

 

경기 후에는 수많은 분들이 [혼이 담긴 골이었네요.] 라며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넣은 골은 [혼이 담긴 골] 이라 불립니다.

 

저는 우아하게 득점하거나, 여유 있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닌데다, 골을 넣은 후에도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기쁨을 폭발시키는 편이라,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제가 넣은 그 한골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으로 뛰었고, 그 한골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몸바쳐 싸웠습니다.

 

그 한골을 제가 넣었다는 게 되니, 아무리 생각해도 겸연쩍어집니다.

 

 

 

리그는 이제 1경기 남았을 뿐.

 

홈에서 치룰 최종전에, 하나된 팀으로서 혼이 담긴 골을 넣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