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국과 울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by 캐스트짘 posted Dec 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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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현장에서 소식을 접한 축구인들과 취재진 사이에 잡음이 나왔다. 윤 감독의 부임은 곧 조민국 감독의 사임을 뜻하는 것이다. 조 감독은 시상식 하루 전인 11월 30일 전북현대와의 원정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치며 2014시즌의 경기 일정을 막 마무리한 참이었다. 울산 측은 K리그 신인 드래프트 및 윤정환 신임 감독 회견 개최, 전지훈련 일정 확정 등 행정적 문제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문제로 일정 조절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사실 조 감독의 사임은 시간 문제였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윤정환 감독의 울산 부임이 구체화되고 있었다. 조 감독은 자신의 사임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이를 직접 전달 받지 못했다. 조 감독은 윤 감독의 부임이 기사화되면서 자신의 사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 감독은 불쾌감을 표했다. “구단이 자진사퇴를 하라고 했다. 자진 사퇴라는 표현이 내 위신을 생각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진한 성적을 냈으니 경질 당하는 것으로 발표해달라고 했다.” 조 감독의 의사 표현에도 울산 측은 자진 사퇴를 계속 권했다. 조 감독은 자진 사퇴로 물러나는 것이 잔여 연봉 지급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감정이 상했다.

2년 계약을 맺은 조 감독뿐 아니라 2014시즌 울산 코칭 스태프 전원은 구단의 해고 통보를 받을 경우 잔여 계약 기간의 보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한국 프로축구계에서는 상호 합의 형태로 계약을 해지해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 구단의 경우도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 감독은 “잔여 연봉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 보다 직접적으로 구단이 나와 소통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 진입 전에도 자진 사퇴 의사를 피력했고, 스플릿 라운드 진입 이후에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나 당시에는 구단이 만류했다.

조 감독은 스스로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떠밀려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된 것에 마음이 상했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도 적지 않은 수의 K리그 감독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사임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었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 순간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꼽는다. 

조 감독과 울산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은 지난 11월 18일 송동진 울산 단장이 성적 부진의 책임으로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부터다. 송 전 단장은 오랫동안 울산현대의 부단장직을 수행했고, 지난 3월에 전임 단장으로 부임한 참이었다. 조 감독은 송 단장이 물러나는 부분에서 불편한 마음을 표출했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단장이 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단장은 구단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것에 집중했고, 구단의 상황에 맞춰 잘 운영했다. 단장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완수했다. 성적이 나지 않은 것은 내 책임이다. 송 단장도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 보다 단장이 먼저 나가는 일이 어디 있나.” 



(중략)



실제로 하피냐, 까이끼, 마스다 등의 이적 및 임대, 이근호의 엘자이시 이적 등으로 울산은 팀 운영비를 전년 대비 70억 원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조 감독은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받아들였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김신욱, 이용, 김승규 등 핵심 선수들의 대표 차출 상황에도 구단과 선수의 선택에 따랐다. 

국가 대표 공격수 이근호의 제대는 후반기 성적 반전을 위한 절실한 카드였지만, 막대한 이적료 수익 및 연봉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단과 선수의 입장을 존중했다.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는 원했던 외국인 선수 영입이 행정 처리 미숙과 자금 문제로 불발되기도 했다. 다만 조 감독은 2015시즌에는 긴축 재정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금을 통해 선수단 강화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조 감독은 시즌 도중 저조한 성적에 대해 답변을 요구한 울산 서포터즈와 직접 만나 간담회도 가졌다. 그는 철퇴 축구를 버린 것에 대해 “가슴에 두 개의 별을 다는 데 30년이 걸렸다. 철퇴 축구를 해서는 15년에 한 번씩 우승하는 팀이 될 수 밖에 없다. 만들어가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팀이 되면 5년에 한 번씩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며 쇄신 의지를 설명했다.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쇄신에 비난 여론이 컸다. 하지만 조 감독의 이해되지 않는 리빌딩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힘겨운 2014시즌을 보낸 조 감독은 쇄신의 꿈도, 눈 앞의 성적도 놓치며 불명예 퇴진하게 되었다. 조 감독은 “구단 여건상 애초에 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도, 울산의 올 시즌 성적이 자신의 예상치 보다 밑돌았던 것을 인정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해 물러나는 것에 대해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단과의 약속이 이루어 지지 않고, 이별하는 과정에 예의가 지켜지지 않았던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436&article_id=0000013143&date=20141205&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