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내가 생각하는 존 듀어든

by roadcat posted Jul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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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외국인 선수'라는 단어를 쓰자고 이야기해서 꽤 신선한 공기를 개축판에 부여한 영국인이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존 듀어든.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 사람이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개축판을 보여줌으로써, 한결 더 나은 개축판이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말이지.


근데, 점차 논조가 요상해지기 시작했어. 부쩍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K리그의 자존심' 운운하고 특정 한류 아이돌을 끼워가며 보통의 한국인보다 더 내셔널리즘을 강조하는 논조의 글을 써 대곤 했지. 분명, 처음에는 클럽 본위의 글이었는데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듀어든으로 하여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인이 되어놔서 한국 축구리그인 개리그를 안 보다니 나는 당췌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으로 변화했다는 거..


굳이 개리그 관련해서도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그의 변모를 느낄 수 있는 게, 특히 FC KOREA 관련 칼럼을 보다보면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개축판이 굳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글인데, 소위 말하는 국뽕 함량이 치사량에 임박하는 기이한 현상을 본다.


이는 듀어든이 댓글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먹히는' 칼럼이 어떤 건지 파악하고 영악하게도 자신의 태세를 전환하고 있어. 솔직히 개축 개리그 관련해서 정통하다고 소문 난 칼럼리스트는 뜨기 참 어려워.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 개리그를 바라보며 보는 요시자키 에이지 칼럼리스트의 글이 딱 그건데, 지금 개축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적절하게 자국의 축구판에서 일어나는 일과 대입시켜 '이런 방향은 어떠한지?'라는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지만, 그에 대한 주목도는 아무래도 듀어든보다 떨어지지.


듀어든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쓴다는 거야. 개축판에 잔존하는 야까들의 이빨이 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거지.


근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글러먹었어. 아시안게임 종목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 칼럼의 일부 부분을 발췌하자면,


'내 관점에서는 야구가 올림픽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해 보인다. 그게 왜 올림픽 종목이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장비도 너무 많이 필요하고 선수단의 규모가 커야 한다. 어쩌면 야구가 올림픽에서 아예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국은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라고 했는데, 이 관점이라면 동계올림픽은 아예 열지 말아야 한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크리켓이 넘버원 스포츠라 할 수 있으며 몇몇 국가에서도 크리켓을 꽤 즐긴다. 아시아에 크리켓 팬이 수 억 명이 있다고 하면 한국-일본-대만 야구 팬의 숫자는 그에 크게 못 미친다.'



라고 했는데,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구수 합친 거랑 한국 일본 대만 인구수 합친거 비율이 어떻게 되더라?


개야구계가 접했을 때, 김재박이 '상암을 야구도 할 수 있는 구장으로 개조하자.' 라고 했던 거나, 개축덕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해설위원 허구연의 돔타령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수백만 트래픽이 오가는 공간에 뿌린 거란 말야.. 전혀 서구의 'Respect'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존중' 개념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들 맘대로 끼워 맞춰서 심기 거스르는 어그로 글을 쓴 거란 말이지.


자신의 신념을 존중 받으려면 다른 이의 생각 또한 존중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것을 망각하고 대중의 인기에 급급해서 막 싸지르고 있는 현실인 거지.


더 큰 문제는 그것을 가지고서 '듀어든 개념 ㄷㄷ' '듀어든 최고' 등을 그 칼럼의 댓글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들이 듀어든을 이렇게 상대편에 대한 존중 혹은 Respect를 개나 주게 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외국인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이 종종 쓰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는 요즘의 듀어든에도 여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듀어든은 '외국인이지만 한국인'이다. 그것도 한국인의 냄비 근성과 내셔널리즘, 그리고 꼰대이즘이 적절하게 배합된 완전체 악플러. 요즘 듀어든의 글은 악성 블로거들이나 쓰는 편향된 시선의 글뿐이라 불편할 따름이다.



덧_ 아무래도 영 아닌 것 같아 머리색 관련 언급 빼버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