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군이 글을 길게 써놨고, 나도 거기다 댓글을 엄청 길게 쓰고 있었는데 글이 지워져서 날아갔네.
시게에서 댓글로 잠깐 언급이 되었는데, 댓글보단 글로 정리하는게 훨씬 생산적이겠지.
홍군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논지에서 몇가지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1. 경기 사진을 찍는 팬들의 행위를 어떻게 봐야할지
누가 그걸 '고생'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게 왜 고생이냐? 물론 그 사람이 장비를 비싼 돈들여서 구입하고, 그걸 등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경기 내내 서서 사진을 찍는 행동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그게 정말 '고생'이냐? 일요일 아침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지. 근데 경기가 끝나고 의례적으로 하는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은 하지만, 그 사람이 일요일 아침부터 고생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 주말에 축구를 하던, 사진을 찍던 전적으로 재미를 위한 행동인 건데, 그게 어떻게 고생이 되는거지? 사진 찍는 본인 스스로가 그 일이 고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짓을 계속할지부터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아?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생산활동도 아닌데? 진짜 고생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거기서 그러고 있는 기자들이지.
2. 사진을 유포할 때, 무조건 허락을 받아야하나?
물론 꽁사가 지적한대로 그 사진을 마치 자기가 찍은 사진인 것처럼 남을 기만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지. 그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욕을 먹어야하고. 그런 것 없이 그냥 '퍼가는' 행동만을 놓고 따져보자.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에서 소위 '감성글'로 포장된 글귀와 함께 감성돋는 사진들을 보게 된다. 그 사진들의 상당수가 스톡사진이라고 하는 것들인데, 이건 사진 사용권을 팔기 위해서 만든 사진이야. 주제별로 컨셉잡고 사진들을 만들어서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출판사나 언론사, 광고회사 같은 곳에다 파는 거야. 게티 이미지 같은 회사들이 이에 해당되지. 근데 우리는 그걸 막 퍼다 날라. 언론사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우리는 잘 퍼다쓰지. 우리가 그걸 내가 찍은 것처럼 하지는 않아도, 그 언론사 허락을 받고 여기에 올리는 것은 아니야. 또, 우리는 선수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퍼다가 여기다 올리기도 한다. 이건 저작권 침해에 사생활 침해인가? 심지어 언론사들은 그걸 퍼다가 뉴스보도도 하잖아?
언론사들의 사진의 경우, 상업적 목적을 띈 사진 사용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허가와 사용료 지불을 요구한다. 비영리적 활용에 대해서는 권리주장을 하지 않아. 그 비영리적인 활동에는 알다시피 공익적인 목적을 띈다거나, 학술적인 목적이라던가, 예술행위라던가, 우리가 여기서 개축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행위도 포함되어있지. 언론사에서 선수들 페이스북에 있는 사진을 퍼다가 보도하는 것은 언론보도가 가지고 있는 공리적인 성격(소위 알권리라고 부르는) 때문이야. 며칠 전에 SBS에서 어떤 웹툰 만화가의 만화 장면을 보도했다가 해당 만화가가 저작권 침해를 운운했던 적이 있는데, 그 만화가는 SBS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어떤 기자가 SBS 편을 들어줬다가 까였지? 사실 그 기자말이 맞아.
언론사가 자기 사진들이 유포되는 것을 놔두는 이유 중에 하나는 유포되는 것 자체가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UCC스타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도 그 수많은 펌질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 그걸 원치 않는다면, 사실 내 컴퓨터에만 가져다 놓거나 열람이 제한된 곳에만 놔두는게 맞아.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도 있고.
저작권, 특허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창작자에게 전지전능한 권리를 부여해준다기보다 자기가 만들어낸 것에 대한 상업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생긴 것이야. 가령 특허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는 만들지도 못하는 A라는 제품이 있어. 하지만 경쟁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그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실제로 그걸 참고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똑같이 제작하는 것들도 있지. 근데 그걸 가지고 특허권을 침해받았다고 소송을 쳐맞지는 않는다는 거지. 만약 너희가 알루미늄을 깎아서 아이폰이랑 똑같이 생긴 핸드폰을 만들어서 가지고 다닌다고 애플이 소송을 걸지는 않아. 너희가 그걸 시장에서 팔기 시작하면 당연히 고소당하겠지. 초상권도 그에 해당하는 부분인거고.
3. 기타
나는 그렇게 자기 사진들을 퍼간 사람들에게 일일이 쫒아다니면서 '이건 저한테 저작권이 있으니 지워주시죠'하는 식으로 일관하는 애들보면 황당해. 그렇게 저작권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정작 타인의 창작물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 가끔 꼬꼬마들이 아무도 욕심 안낼 것 같은 창작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한)을 가지고 저작권을 따지는 것 보면 귀엽기도 하고.(굳이 안그래도 안퍼가는데) 극소수의 종자들 중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존중 이상의 대우를 요구하는 종자들도 보이고.
그렇게 계속 따져대서 과연 우리의 개축질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건가 싶은 것도 있어.
그리고 남이 찍은 영상 편집해서 하이라이트 만드는 것도 그 논리대로 가면 저작권 침해 아닌가? 그런 것에는 아무도 신경 안 쓰잖아? 너무 이중적이라고 생각 되지는 않고? 애초에 그걸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의 저작물은 뭣도 아닌 것처럼 막 가져다 쓰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게 황당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