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 디즈니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면 하필 그 차기작의 내용이
'겨울왕국 서사에 입각한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재해석'이 되버렸어 ㅎㅎ 내가 보기엔 그것도 열화판
1.믿ㅡ음직한 악역
아무래도 열화판이 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 믿음직한 청주 한씨 한ㅡ스가 그동안 디즈니 악역들에게서 보지못한 가장 창의적인 통수를 먹여줬던게 겨울왕국 흥행 요소중 가장 컸다고 보는데 여기서도 최종보스라고 볼 수 있는 오로라의 아버지인 스테판이 말레피센트에게 통수를 먹여줌. 하지만 이게 한스처럼 반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고 시작할때 부터 내레이션이 스테판은 인간들과 같이 살면서 타락할 꺼라고 계속 말해주니까.
흥미로웠던건 통수가 아버지 대인 스테판에서 멈추지 않고 그 후대인 오로라에게 까지 이어지는데 그게 말레피센트가 후회하던 저주의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스테판 →(통수)→ 말레피센트 →(통수)→ 오로라
그래도 난 스테판이 왕위를 얻으려고 말레피센트의 목 대신에 날개를 자르는 걸 보고 스테판의 인간미에 여지를 남겨두려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후반부의 스테판은 그야말로 괴물. 말레피센트와의 최종결전에서 그야말로 그 절정을 볼수 있었다.
2.병풍 남캐
남캐의 병풍력은 크리스토프때 보다도 강화되었는데 크리스토프는 한스에게 붙잡힌 안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진정한 안나의 사랑이라고 (페이크) 각성을 하고 아렌델로 돌격하는 등 나름 간지있는 장면을 만들어줬지만 여기서 크리스토프격인 필립이 하는거라곤 고작
-오로라에게 길 물어보기
-말레피센트에게 기절당해서 끌려다니기
-오로라를 만나고 키스했지만 저주가 풀리지 않자 요정들에게 쫒겨남
-엔딩에 잠깐 얼굴 들이밈
최종결전때 뭔가 한 건 해줄줄 알았건만 정작 그땐 얼굴 한번도 안내민 초대형 병풍캐릭터. 거기다가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저주를 풀라는 요정들에게 하는 말이 '한번 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키스를 어떻게 해요?'
이정도면 크리스토프의 완벽한 하위호환.
3.대세는 이성애 보단 (동성)가족애?
크리스토프를 페이크 남주인공으로 필립을 병풍으로 만들어 버린 가장 중요한 요소. 말레피센트에선 이걸 겨울왕국보다도 한층 더 강조하고 싶었는지 필립의 활약은 거의 없다시피하니 디즈니 작품사상 제일 안습한 남캐 탄생이 기여했음.뭐 친자매간이 아닌 수양모녀라는 차이점이 있긴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정작 중요한건 근ㅊ백ㅎ...)
etc
작품을 하드캐리한 매력적인 조연. 솔직히 난 올라프를 그렇게 매력적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디아발은 진짜 좋았다. 디아발 빠심으로 본다면 이 영화 두번 볼만한 가치는 충분할덧.
정리
겨울왕국에서 보여준 서사는 예전에 디즈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전개였으므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말레피센트는 겨울왕국식 전개에 갇혀있으면서도 그 이야기 내에서의 매력적인 부분들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아예 그런부분들을 삭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겨울왕국을 완전히 배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그보다 못한 열화판이라는 평가가 더욱 적절하겠다. 베끼기만 했지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작품. 하지만 이건 전개상에서만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지 말레피센트-오로라의 관계묘사, 스테판의 타락, 그리고디아발중요하니까 굵은글씨 과 같은 캐릭터들만 놓고 보았을땐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 작품의 전작이 겨울왕국이라서 그렇지...하아...
ps/영화시작하기 전 광고에서 박지성이 'LTE8이니까 8강!'이러니까
영화관 진짜 다뒤집어져버렸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놈의 가나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