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간만에 금일 수원축구 얘기(를 가장한 염기훈 얘기) 좀 해본다.

by 낙양성의복수 posted May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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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커다란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어. 자잘한 건 좀 있었지만 수비블록도 나름 적절했고, 미들간격도 좋았고.

오늘 하고 싶은 말은 팀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선수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


본론부터 바로 얘기할께.

염기훈 좀 못했다는 얘기 많은데... 사실 오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번시즌 내내 나오는 얘기같음. 

그 변명을 해 주려구 해.


거두절미하고 염기훈의 팀 내 역할은 과거 양계장 유일의 득점 루트에서 이제는 김두현과 함께 쌍방으로 팀 템포를 조율해나가는 더블 커맨드 센터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수원이 다이렉트 패스 위주의 축구에서 숏패스 하이템포의 축구로 전술변화를 꾀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빈 공간을 단시간에 이용해서 한번에 해결을 볼 때에는 염기훈이 스포트라이트에 있는 게 팀 입장에서 유리하지. 터치, 킥, 키핑이 정확하고 플레이가 심플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염기훈이 스포트라이트에 있어서는 불리해. 천천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어줘.


최근 팬들 사이에서 염기훈이 경찰갔다와서 느려졌다 이제는 윙어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말이 많은데, 난 과거나 지금이나 염기훈의 주력이나 드리블 패싱센스 같은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우리가 공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축구를 하기 때문에 공간도 잘 나지 않고 무리하게 한방에 결정짓기보다는 공을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링크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이제는 빠른 드리블로 역습할 만한 자원이 염기훈 말고도 많다. 산토스도 있고 고차원도 있고 서정진...도 폼만 찾는다면 뭐... 배기종도 있고. 그래서 이제 팀에게 중요한 건 원톱과 2선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자리이동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낼 때 생기는 그 사이사이 빈 공간을 얼마나 잘 메워주고 기민하게 연결해주느냐이지. 선수들의 역량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무대에서는 누가 골을 넣을지 예측할 수 없을 때 가장 수비는 어려워지기 때문이야.


그런 점에서 사실 대체불가능한 측면자원이 염기훈이라고 봐.


우리 윙어들이나 공격형 미들 중에서 염기훈처럼 2선과 톱을 효과적으로 오르내리는 동시에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커버, 각각 위치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는 솔직히 없다. 동시에 염기훈은 어디서든 존재만으로도 공격의 핵이 될 만한 선수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측면에서 템포를 조절하거나 2선으로 내려가는 게 팀을 위해 더 효과적이야.


왜냐?


전방과 측면의 공격수들이 안정적으로 공간과 패스가 공급되는 최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니까. 그와 동시에 김두현의 패스 공간, 개인 공간이 만들어지고 김은선의 2선 침투가 가능해진다. 이건 지난 시즌 말미에 이용래-오장은 더블엔진이 가동됐을 때 가장 극대화되었던 측면인데, 공격수들이 치고 올라간 공간을 2선의 이용래, 오장은이 기습하면서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염기훈이 하프서클 근처에서 팀 템포를 이끌어가는 장면이 많이 나왔었다. 동시에 우리의 득점 루트가 센터백 둘과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로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왔지.


그리고 결론적으로도 염기훈 그렇게 있는둥 업는둥 하면서 공격포인트 계속 쌓고 있잖아? 데드볼 상황도 많지만 데드볼 상황이 축구가 아닌 것도 아니고 필드에서 개죽을 쑤고 있는 것도 아니고 팀의 톱니바퀴로써 충실히 제 역할 하고 있는데다가 혼자서 수비를 두명, 많으면 세명씩 끌고 다니니 일종의 팀 효과 아이템으로써 매우 좋은 활약 하고 있다고 봄.



지금 당장 보이는 게 없다고 해서 염기훈 빼는 순간 난리난다. 


달릴 때 달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도, 늦출 때 늦추는 건 아무나 못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