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되찾은 야구와 그러지 못한 축구

by Metalist posted Mar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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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적다가 너무 길어져서 옮겨와버림.


지역밀착전략보다 스타에 목맨 것도 분명 큰 이유겠지. 그리고 그 스타들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근데 야구도 그랬잖아. 찬호형이 공 던질 때 다들 메이저리그만 봤지 이 동네 야구 보던 사람들이 얼마나 되었다고. 그리고 WBC랑 올림픽 지나면서 그 때 그멤버들이 대부분 이 동네 팀에 있었으니 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관중동원이 알아서 잘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 야구장 분위기라는 것이 또 가볍게 혹은 신나게 볼만한 거리가 지금의 개축판에 비해 많기도 하고. 뭐랄까, 우선 축구만큼 전투적인 분위기가 생기지는 않거든.


어쨌든, 축구도 사실 분명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친 이유를 꼽자면 뭐부터 꼽아야할지 난감할 정도. 90년대 중후반에 스타마케팅은 분명 성공을 했었지. 문제는 당연히 기존 스타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메꾸지 못한 점. 근데 사실 이건 스타마케팅 전략의 한계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지역밀착도를 깊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야구랑 비교를 하자면, 야구팬이 다시 늘어나게된 계기에는 아무리 야구를 안보고 있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걔중에는 기본적으로 "난 어디 팬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분명 많았기 때문이라고 보거든. 프로리그 출범은 1년차이지만, 야구는 출범과 동시에 지역연고를 축구에 비해 굉장히 훌륭하게 잡았어. 일례로 충청도분이신 우리 아버지는 프로야구 초기에 맥주는 무조건 OB맥주만 드셨지.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더하자면, 초딩시절에 반에서 보면 거의 대부분 나는 야구 어디 팬이다 하는 꼴이 많았는데, 축구는 그런게 전혀 없었어. 커가면서도 "요새 빙그레 잘나가냐? 뭐? 한화로 바뀌었어? 언제?" 이런 반응이라도 볼 수 있었던 이유. 그에반해 축구는 그런거 전혀 없고. 무슨 팀이 있는줄도 모르는 놈들이 부지기수였지. (뭐, 안양LG가 아직도 안양에 그 이름 그대로 있는줄 아는 사람도 보기는 봤다만…)


그래서 초창기에 지역연고가 사람들한테 얼마나 자리잡았는가하는 차이가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해. 야구가 다시 뜨기 시작했을 때 "그러고보니 어릴 때 얘네 응원했었지." 하는 마인드로 야구를 찾은 사람들이 많다고 보거든.
초창기의 지역밀착도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운게 많아. 까놓고 80년대 야구나 축구나 메이저리그를 알았어 아니면 유럽리그를 알았어? 대표팀 경기가 아닌 이상 오로지 이 동네에서 하는 야구 축구에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던 때였을텐데. 차범근이 아무리 독일에서 날아다녔어도 그거 생중계 해주고 그러던 시기도 아니었을거고. 지금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손쉽게 지역사람들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 때 우리 축구판은 지역연고정착 그런거 개나 줬잖아. 그냥 억지로 만든 기업 광고판이었잖아.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떠나서 야구는 그 때 만든 지역밀착이 지금 2대 3대째 팬을 만들고 있는데, 축구는 그런게 너무 없잖아. 이제와서 지역밀착 하려고 해도 해외축구라는 컨텐츠가 너무 가까워져서 힘들고. 게다가 연고제 시행하려고 하니까 뒤통수 때리는 구단도 있었고. 등등.


사실 뭐 하나를 콱 찝어 얘기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거리가 지적될만한 내용이겠고, 다들 생각하는 이유들이 하나 이상씩 있을 터인데, 내 생각은 대충 이렇다.


p.s. 지금 적은 것은 같은 내용으로 방향을 틀어서 쓰면 난지도놈들의 연고복귀가 왜 개소리인가로 정리할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