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역사 주제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독인 것 같다

by 유지환 posted Mar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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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말이 연고의식이 뚜렷한 21세기에,

수많은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팀을 들고 야반도주한 두 팀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나라 축구리그에 연고의식,

특히나 미국식 프랜차이즈 제도가 아니라 유럽식 연고의식이 발붙인 건

사실상 전남/전북이 창단된 9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되었다고 나는 본다.

그러고서도 한창은 연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지.

사실상 94-98월드컵과 리그의 파이가 커져갔던 것이 일치했고,

그 즈음부터 다양한 축구게임들의 번성 등을 통해서 축구문화가 활성화되서

98월드컵 이후로 서포팅이라는 말이 일반화되고 연고의식도 자라난 거겠지.


솔직히 그 이전의 제도나 리그 상황에 대해서 그것을 계승하는 건 난 시작 단계의 좌충우돌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

심지어 내 시점으로 봐서는, 남북패라 불리는 서울/제주의 사례조차도 이 땅에 연고의식을

확실하게 박아준 방아쇠라는 장점 역시 존재한다고 봐.

(물론 다시금 말하지만 잘했다는 게 아니라 '저런 천하의 개쌍놈들'이 경종을 울린 사례라고 봐야겠지)

아주 엄밀하게 말하면, 제일 유서깊은 포항조차도 '포항'만을 위한 팀이라고 확실하게 명시된 게 구단 역사와 동일하지 않잖아?


나쁜 흑역사들이 있었고, 지금도 여러 가지 안 좋은 면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걸 경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남의 흑역사를 조목조목 들춰서 공론화를 할까, 생각하는 건

그냥 이 판에서 싸움걸겠다는 심리로밖에 안 보여.

심지어 성남? 최소한 팬들과 창단 주체들은 성남일화의 운영 방식과 주체가 바뀌는 것에는 동의했을지 몰라도

'성남축구'라는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는 데 동의했다고 생각해. (물론 찬반이 있었지만.)

그걸 일부 운영진의 좌충우돌로 판단해버리고 악명을 퍼트리자고 하는건, 좀 지나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막말로 그럼, 첼시 와서 자기 멋대로 구단 좌지우지하고

한때는 불통의 대명사, 돈지랄의 대명사로까지 불리던 로만때문에 첼시가 아브라모비치FC가 되어야 하나?


간략하게 잘 말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또 글이 길어져버렸다.

근데, 좀 적당히 좀 하자. 아직도 이 땅에 축구가 우리 이상대로만 흘러가기엔 갈 길이 멀어.

이상추구는 좋은데, 남의 눈에 흙 뿌려가면서 이상 추구를 하는 건 아니지.

그 '남'이 이상을 부정하고 편법을 옹호했던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