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남자, 서울 여자 4화 지극히 보편적인 - 2

by BOT posted Feb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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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자, 서울 여자.

 

- 너와 나 그리고 세 번의 슈퍼매치

 

 

- 4화. 지극히 보편적인

 

 

수원 남자, 서울 여자 4화 지극히 보편적인 - 2

 

4.

 

자신도 모르게 픽 웃음을 지었다. 휴대폰에 저장된 민아의 사진을 쳐다봤다. 예쁘다. 많이 예쁘다. 이 여자가 내 여자 친구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100일이 되면 뭘 해야 될까? 500일 때는 어떤 이벤트를 해야 되지? 1000일 때는 어떤 감동을 줄까? 편집 작업을 하다말고 현우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쳤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가 생각났다. 첫 데이트 날 약속 장소에서 영화관까지 걸어가며 엄청 고민했다. 어떻게 손을 잡아야 자연스럽게 잡았다고 소문이 날지. 결국 생각한 방법은 영화관 앞 신호등을 건널 때 보호자랑 손잡고 건너야 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손을 잡았다.

 

손을 잡는 순간 정말 흥분됐다. 전혀 성적인 행위가 아니었지만 온 몸이 달아올랐다. 유치하게 손을 잡은 게 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부끄러움을 잠재울 만큼 그 때의 흥분은 최고였다.

 

정말로, 정말로 행복하다. 혹자는 사랑이란 감정이, 선악과로 인하여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딴 거 다 헛소리다. 이렇게 좋은데, 하루하루가 설레는데. 이런 형벌이라면 평생, 죽을 때까지 받아도 괜찮을 것이다.

 

현우는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머릿속을 맴도는 민아 생각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신없을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5.

 

민아는 부쩍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현우를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크게 화장에 신경을 쓰지도, 몸매관리에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우를 만나고, 현우와 사귀게 된 뒤로부터는 열심히 관리했다. 언제나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밤마다 생각나는 치킨의 유혹도 참아내고, 잘 먹던 패스트푸드들도 최대한 자제했다. 휴대폰도 향시 몸에 달고 살았다. 혹시나 현우의 문자나 전화를 받지 못할까 휴대폰 배터리 잔량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너무 들이대는 건 아닌지, 밀고 당기기 소위 말하는 밀당을 해야 되는 건지 고민도 했다. 실제로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곧바로 실패했다. 현우가 메시지를 보내면 15분정도 기다렸다가, 답장을 하자고 결심했다. 결과는 3분 만에 답장했다.

 

부랴부랴 답장을 쓰곤 후회의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생각했다.

 

‘밀당이 무슨 소용이야. 현우 말처럼 좋아하고, 좋아하면 되는 거지. 밀당 그런 건 다 남자친구도 없는 사람들이 그냥 지어낸 말일 거야.’

 

6.

 

현우와 민아의 데이트 코스는 언제나 똑같다.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밥을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셨다. 유원지나 놀이공원으로 놀러 갈 때 빼고는 언제나, 항상 똑같은 코스다.

 

“여기 카페 분위기 있다. 그 블로거가 극찬을 할 만하네. 대박, 대박.”

“그러네. 커피도 맛있다.”

 

여느 때처럼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왔다. 오늘은 민아가 유명 블로그에서 본 커피 집으로 왔다. 가게 안엔 조명이 많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마다 초가 놓여있었다.

 

“오늘 본 영화에 주인공 커플 진짜 예쁘더라.”

 

민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초를 바라보고 있는 현우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알콩달콩한게 아주 그냥.”

“남자가 시한부 인생만 아니었다면 평생 알콩달콩하게 살았을 텐데. 마지막에 진짜 울 뻔했어. 왜 감독은 그렇게 예쁜 커플을 깨버린 걸까? 평생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지.”

“그러니까 영화지. 그래야 너처럼 울 뻔한 사람도 있을 거 아니야.”

“그런가? 그런 거 겠지?”

 

민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지었다. 민아를 쳐다보던 현우도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민아야, 너는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어?”

“나는 주인공 커플이 남산에 올라가서 자물쇠 걸 때. 진짜 나도 그거 해보고 싶더라.”

“자물쇠에 소원 적는 장면? 나도 보면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언제 한번 남산 가서 해보자.”

“진짜지? 진짜 꼭 하는 거다. 약속!”

 

상대 새끼손가락을 자신의 새끼손가락으로 휘감았다. 민아는 그 것만으론 성이 차질 않았는지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대고 ‘복사’까지 했다. 현우는 “우리가 애도 아니고.”라고 말하면서도 민아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엄중한(?) 약속 절차를 마치고 현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벽면으로 시선이 갔다. 벽엔 메모지가 한 가득이었다. 카페를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는 현우를 보곤 민아는 가방에서 무언 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메모지와 볼펜 두 자루였다.

 

“여기 이 메모지가 그렇게 유명하대. 그래서 나도 준비해왔지롱. 우리도 하나씩 적자.”

“오, 센스 있는데.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을까?”

“좋다. 좋다. 상대방 꺼 보기 없기다.”

 

상대가 자신의 글을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였다. 현우는 볼펜을 딸깍이며, 민아는 손으로 볼펜을 돌리며 어떤 말을 쓸지 고민했다.

 

‘정말 정말 사랑해. 영원히! - 민아가.’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 현우.’

 

상대방이 볼 수 없는 곳에 메모지를 붙이고는 곧장 커피 집을 빠져나왔다. 100일이 되면 어떤 이야길 적었는지 공개하자고, 그 전까지 여기 오면 반칙이라고 이야기하며.

 

민아와 현우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있었던 테이블 위 초가 꺼졌다. 뜨겁게 타오르던 촛불은, 소멸됐다.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수원 남자, 서울 여자는 매주 목요일 정기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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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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