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어디까지 믿으시나요?

by posted Dec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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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어디까지 믿으시나요?

 

20대 초반에 본인은 비밀리에 장거리 연애를 4년 정도 했다. 상호 합의하에 주변에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밀리에 연애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 상상 이상의 루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포항, 경주, 대구에 애인이 각각 한명씩 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다양한 인물의 나의 숨겨진 여자 친구로 용의선상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지금의 아내만 알뿐 다른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당시의 내 여자 친구를 알지 못한다.

 

겨울 이적 시장이 시작됨을 느낀다. 각종 이적 루머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루머들은 겨울 이적 시장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K리그 전체가 깜짝 놀랄만한 루머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용품 후원 업체 일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루머는 시즌 시작 전까지 이뤄지며 많은 경로를 통해 전해진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실제 루머는 얼마나 믿을만 할까? 이적 루머의 경우는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은 사진인 ‘옷피셜’이 나올 때까지 믿을만한 게 아닌 뜬 소문으로 보는 게 좋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강원FC 이적이나, 양동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과 같은 이야긴 루머가 되지도 않는다. 루머 역시 조금의 개연성이라도 조금의 개연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혹 선수단 공개 연습시간에 한 선수가 몸이 좋지 않아 연습 도중에 숙소로 가는 걸 목격한 팬들이 ‘OO 선수와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나 ‘한 선수가 인천에서 출국하는 걸 봤다. 메디컬 테스트 보러 간다.’라는 식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SNS에서 ‘두바이 가고 싶다.’라는 식의 많은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중동 이적’루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루머는 에이전트나 축구 관계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축구관계자들의 입이나 SNS에서 ‘혹시 이러지 않을까?’라는 추측의 말이라도 신빙성을 얻어 루머로 발전하다. 또한 에이전트는 소속 선수의 몸값 올리기를 위한 목적으로 이적 루머를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이런 루머는 축구계의 정통한 관계자에 의한 소식이므로 신빙성 있는 루머로 취급되어 기사화 되기도 한다.

 

 

해외진출 이야기가 나오며 성남 팬들을 기쁘게 만드는 윤빛가람. 그러나 그가 유니폼을 든 사진을 찍을 때까진 알 수 없다.

 

루머는 단지 루머일 뿐.

 

루머는 단지 가십거리 정도로 여기면 좋다. 특히 빅 클럽으로이 이적루머는 유니폼을 든 사진이 나오기까지 루머로 여기는 게 낫다. 유럽의 빅클럽의 경우 영입관심 리스트에 한 해에서 200~300명 가량의 전 세계의 선수들을 포함시킨다. 그 속에 한국 선수가 포함 될 경우를 두고 ‘OO팀 누구에게 관심’이란 식으로 기사가 나온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의 경우에도 과거에 EPL의 풀럼에서 관심을 가진 정도였다. 그리고 테스트를 위해 최용수 당시 선수를 영국에 불렀는데 이를 두고 ‘최용수 풀럼 이적 눈앞에’라고 선수와 팬 모두 여긴 적이 있다. 최용수 감독도 아직도 이 때의 일을 아쉬워하고 있다.

 

국내 팀 간의 선수 이적의 루머가 실제로 벌어지리라 안 믿는 게 지혜롭다. 그 이유는 당사자간이 만족한 결과까지 가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선수 이적 협상은 쉽지 않다. 팬들은 루머 중에서 실제로 이적 협상중이라도 연봉 협상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며,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실제 이적은 보통 루머조차 만들어질 사이 없이 빠르게 이뤄진다.

 

루머가 만드는 해악들.

 

가십으로서 즐기는 루머는 재미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몇몇 루머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경우가 있다. 에이전트에 의해서 만들어져 흘러나온 루머가 대부분 그렇다. 에이전트의 경우 선수가 이적을 하고 연봉 재협상이 이뤄져야 수수료가 발생을 해서 수익이 생긴다. 따라서 해당 선수도 알지 못하고 이적 당사자 팀들조차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몸값 올리기 식의 루머는 종종있다.

 

팬 입장에선 이러한 루머가 단순 루머인지 사실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아끼는 선수의 경우는 클럽 홈페이지에 불만을 쏟아 놓는 경우도 있다. ‘우리팀은 왜 항상 선수를 팔기만 하냐’는 등의 분이 섞인 글이 나온다. 중요한건 사실이 아닌 일을 가지고 간혹 얼굴 붉히는 논쟁까지 벌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커진 루머로 인해서 선수의 재계약이 이뤄진다. 선수와 에이전트에선 좋은 일이겠지만, 구단측에선 기대하지 않은 일이다.

 

혹은 루머가 기정사실화 될 경우 선수단과 선수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정이 좋지 않은 팀 소속의 선수의 이적루머는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이것이 사실이 아닌 루머로 끝날 경우 그렇다. 혹은 선수에게도 자만심등이 경기력에 뭍어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좋지 않은 일을 만든다.

 

루머를 사실화 시키는 기사를 조심하자.

 

K리그의 루머와 가십은 리그를 보다 즐겁게 보기 위한 좋은 컨텐츠 중 하나이다. 관심이 있어야 루머나 가십거리도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나 팀 내 분위기를 망치거나 팬과 구단사이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적당한 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축구계의 정통한 관계자의 제보도 무작정 기사화 시키지 않아야 하며, 팬들 역시 루머를 사실처럼 믿지 않아야 한다. 루머는 루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양동혁 (dh568@postech.ac.kr) 트위터 @ydh568

 




원문출처 : http://kffactory.tistory.com/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