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ve, My Suwon - 6

by BOT posted Jan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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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 뒤에는 은경이 누나가 로그인을 했다.

  대화명은 이미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Soul Lover? 웃기고 있네!’ 이렇게 되어 있었다. 곧바로 뜬 채팅창.

  ‘김은경 : , 이야기는 들었어?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저 따위가 정식 동아리가 되는 거지? 학교 동아리 축제 땐 뭐 하려고? 아무리 여기가 서울이라고 해도 말이야.’

  ‘이수훈 : 진정하세요. 동아리 정식으로 처리 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올까요?’

  ‘김은경 : 이건 자존심 문제야. 학생 회관 동아리 실에 저 꼴도 보기 싫은 엠블럼이 걸려만 지는 걸 생각하면, . 신경 쓰지 않는 게 낫겠다. 동아리 이름도 뭐? 영혼을 사랑한다고? 아주 미쳤구먼.’

  ‘Soul Lover’는 아마 명재가 말했던 동아리의 가칭인 모양이었다.

  ‘이수훈 :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만 짜증나니까요. 그 명재란 놈이 다 말해줬어요.’

  ‘김은경 : 너가 어떻게 그 놈이랑 대화를…….’

  ‘이수훈 : 먼저 친구 추가를 하더라고요. 제가 아량을 베풀어줬죠.’

  ‘김은경 : , 진정하고, 수훈아. 너 개강 일에 시간 있어? 어차피 첫 날 첫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수업 일찍 끝날 거야.’

  ‘이수훈 : , 오전엔 수업 없고요. 오후엔 1시부터 3시까지 영어회화 수업 있어요.’

  ‘김은경 : , 그 수업. 끝나고 연락해 줘. 나랑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이수훈 : , 알겠어요.’

  뭘 한다는 건지는 묻질 않았지만, ‘아즈와 관련된 일 같았다. ‘아즈카페에도 은경이 누나가 무언가 준비 중인 것이 있다고 글을 쓴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은경이 누나의 글에는 돈이 한 몇 십 만 원 정도가 나간다는 말도 있었다.

  한편 아즈카페에는 회계 담당인 국어교육과 07학번 강은별 누나의 글도 있었는데, 이 준비 중인 일에 회비를 걷자고 하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들은 월요일 이후에 말하겠다며 은경이 누나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돈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되었다는 글을 남기면서…….

 

  명재가 응원하는 그 팀은 LA 갤럭시에게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정규 방송, ‘무한도전덕분에 승부차기를 보지 못한 게 어찌 보면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베컴은 역시 베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경기였다. 1도움을 기록하였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늘도 역시 이청용은 거친 태클을 시도해, 베컴에게 주의 아닌 주의를 먹었다. 하긴 어느 하루에 바뀌겠는가!

 

 

05 / 2008.03.03.

 

 

  은경이 누나의 말대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리오 교수님은(어디서 많이들은 이름인데…….) 커리큘럼을 간단히 설명하고 30분 만에 수업을 끝냈다.

  수업이 끝난 나를 은경이 누나가 부른 곳은 학교 입구였다. 은경이 누나는 종이 포장이 되어 있는 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재빨리 달려가서 은경이 누나가 들고 있는 박스를 들었다. 다소 무거웠다.

  “누나, 이게 뭐예요?”

  은경이 누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먼저 선제공격을 하는 거지. 시즌도 개막했겠다. 박스 안에 열어봐.”

  박스를 여니 이건 전단지였다. ‘아즈의 이름과 전년도 시즌 선배님들의 경기장 단체 사진, 카페 주소 등이 잘 디자인되어져 있었다. 맨 밑에 ‘New Season Kick Off'라는 글귀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박스 안에는 청테이프들이 몇 개 정도 있었다.

  “아직 학교 전체적으로 한 번도 안 가봤지? 학교 투어 제대로 시켜줄게. 지금이 2시니까. 저녁 먹기 전까지도 빠듯할 거야.”

  “이거, 다 누나가 한 거예요?”

  “아니. 졸업하신 아즈선배님이 해주신 거야. 광고 전단지 제작 일을 하시거든. 그나저나 이게 100, 아니 500장이니까. 너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

  “저요? 아녜요.”

  “시무룩한데? 뭐가 아니야. 그래. 이거 알바비로 치면, 시급 따지지 말고, 저녁 사줄게. 오케이?”

  “알겠어요. 저녁도 사주신다면야 못할 게 없죠.”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학교 정문 근처부터였다. 10장이 넘는 전단지를 밴치, 가로등에 붙였다.

  “누나. 그런데 여기에다 붙여도 괜찮아요?”

  “. 이건 홍보효과야. 어차피 앞에 가서 한 장 한 장 사람들한테 전달하면 곧 버려지겠지? 그리고 이렇게 붙여도 저걸 뜯어서 버릴 사람들은 버리게 마련이고. 그렇다고 우리가 동아리 벽보에다 붙일 수는 없는 거고. ……. ‘Soul Lover’ 애들은 잘도 학생회관 안에다 벽보를 붙이겠구먼.”

  “우리는 왜 동아리가 안 된다고 하죠?”

  “그러게 말이야. 등산, 바둑 동아리랑 이게 다른 게 뭐지? 우리가 ‘Soul Lover’와 형평성 이야기를 꺼내야지 될 것 같아. 그래도 올해는 별 수 없지. 이렇게 가야지. 차기 회장에게 이 문제를 떠넘기고 말이야.”

  “그런데 이 전단지, 언제 경기예요?”

  “? 이 사진? . 작년 포항이랑 플레이오프 했을 때야. 물론 경기 시작 전이니까 저렇게 웃고 있지. 경기 끝나고 나랑 옆에 있는 은별이랑 울고 난리가 아니었지.”

  인문대학 주변에도 아길레온즈에 관련한 벽보를 붙이고 있을 때 문득 생각이 난 게 있었다.

  “항상 생각해오던 건데, 전 서포팅 곡 다 몰라요. 방송 중계 때 들리는 거 따라 하기는 한데……. , 이건, 부끄럽지만 잘 모르겠어요.”

  “, 그게 뭐가 부끄러워? 경기장 가면 전광판에 가사도 나오고. 걱정하지 말고 그냥 지르면 되는 거야. 내가 다 알려줄게. 스트레스도 풀러 가는 거지, .”

  “이제 정말 몇 일 안 남았네요.”

  “. 11[각주:1]부터 3까지는 정말 리그 팬들한테는 고통의 시간이랄까? 기다리면서 돈을 모으지. 내년 시즌 상품들이랑 내년 시즌에 경기장에 갈 돈들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지. , 그리고 목소리 충전도 해야겠지? 목이 쉬는 거 생각하고 점핑할거 생각하면은 우리도 선수들처럼 훈련을 해야할 지도 몰라. .”

 

  두 시에 시작한 일은 해가 저물어간 6시가 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몇 십 장 정도가 더 남은 상황, 어느덧 주요 대학 건물들엔 아길레온즈의 전단지가 붙여졌다.

  이제 마지막, 기숙사 주변만 붙이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낯익은 얼굴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명재잖아, 저 녀석은…….”

  “, 기숙사 산다고 그러더라고요.”

  “서울 살면서?”

  “좀 의아스럽지만 그렇다고 하네요. , 뭔가 여기는 붙였다간 바로 뜯어질 것 같은데요.”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명재를 모른 척 하고 우린 테이프로 연신 전단지를 붙였다.

  “나보고 지나칠 때 서로 생까자며, 신경 안 쓰면 돼.”

 

  대충 전단지 붙이기 작업을 끝낸 시간은 7시가 넘어서였다.

  은경이 누나는 근처 식당에서 밥 한 끼를 사주셨다. 그리고 바로 헤어졌다.

 

  나는 궁금함이 조금이라도 남아서, 아까 명재가 기웃거리던 그 장소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아길레온즈의 전단지는 내가 생각한대로 찢겨져 있었다. 갈기갈기……. 누가 그랬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나는 그 찢어진 전단지를 하나하나 주우면서 말했다.

  “개자식, 두고 보자.”

 

 

06 / 2008.03.09.

수원 블루윙즈 : 대전 시티즌

K리그 01R / 수원 빅버드

 

 

  1주일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새로운 전공과목들의 오리엔테이션. 안쓰럽게도 출석부를 부르다가 우리 아길레온즈의 전단지를 하나하나 찢어버린 장본인 명재와 무려 2과목이나 같이 드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영문법 수업과 영어 강독 수업이 그것이었다.

  뭐가 어찌 되었던 간에, 조별 과제를 위해서 같은 조로 구성 되는 최악의 상황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 관련된 기대감은 단 3분도 안되어서 사라졌다. 하필이면 같은 조도 그 ‘Soul Lover’의 초대 회장 일을 하고 있는 분이었으니, 말 다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할 날이 있을 것이고, 영어 회화 과목을 합하여 전공 8학점, 1학년 필수 이수 과목 37학점, 그리고 이상하게 끌리던 일반 분야 교양인 스포츠의 이해까지, 1학년 1학기 총 17학점의 첫 수업, 첫 주가 끝이 났다.

  물론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라 커리큘럼, 출석만 부르고 수업이 끝이 나서 남는 공강 시간엔 계속 컴퓨터로 아길레온즈카페를 들락거렸지만 말이다.

 

  뭐가 되던 간에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2008 K리그, 수원 블루윙즈의 첫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토요일, 포항 스틸러스가 전남 드래곤즈를 2:1로 이기면서(중계를 보다가 후반 5분을 남기고 중계를 끝낸 방송사 덕분에 나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은 마지막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포항 스틸러스 남궁도의 결승골을 보지 못했다)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나머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아길레온즈카페에서는 메인 메뉴에 ‘Home 단관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은별이 누나가 쓴 ‘08.03.09 1R VS. 대전이라는 글이 올라와져 있었고,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드디어 2008 K리그가 시작이 되었어요! 지난해의 아쉬웠던 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새롭게 날개를 펼칠 우리 수원을 섭팅할! 아즈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바랄게요. 아즈의 회장을 맡으면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서 기분이 참 설레고 긴장되는데요.

  이번 경기 참석 여부를 먼저 댓글로 조사 받겠습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댓글로 참석 여부 부탁드릴게요. 올해도 모이는 곳은 N2의 중간 부분이고요. 저한테 연락(010-XXXX-1995)을 해주시면 친절하게 모셔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댓글 양식은 번호(불참자는 기재 안하시면 됩니다) / 학번, , 이름 / 동반인(없을 경우에는 기재 안하셔도 됩니다. 아 슬퍼 .) / 시간(개막전인 만큼 되도록 게이트가 열리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리 차지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렇게 기재하시면 되고요.

  불참하실 경우에는 이유를 써주시면(!) 됩니다. 강요는 아닌 거 알죠? ♥ 

  1. 2007년까지 K리그는 보통 11월 초에 시즌이 끝이 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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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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