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ve, My Suwon - 5

by BOT posted Jan 16,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722CE4C52D6CFF10CFD36

, 이런…….’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옆에 있던 은경이 누나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귓속말을 걸었다.

진정해요. 제가 알아서 말하고 있을게요. 들키잖아요.”

나는 인상을 확 피고 빙그레 웃으며 이 상황을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니까, 너는 북……. 아니 그러니까…….”

나는 손가락을 몸 앞에서 빙빙 돌려가면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했다.

“‘FC 서울이야.”

‘FC 서울의 한 글자 한 글자를 마치 스타카토 주법처럼 말해줬다. 그렇다고 내가 귀머거리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팀 이름은 제대로 말해줬음 좋겠어.”

명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알았어. ‘FC 서울.’ 그래. 하긴 K리그 팬이 우리 동기라니 반갑다. , 그런 애가 적이라도 말이야.”

명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의 술기운이 와서 그런 건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곤 내가 준 잔을 거의 원 샷에 가깝게 마시면서 대답했다.

그래. 너도 받아. 서로 한 잔씩 받아야지?”

내가 왜 이런 놈이랑 대화를 해야 하는 건지.’

분명 기분이 좋아야할 술자리였는데, 미꾸라지 같은 애가 껴있어서 술자리의 질은 떨어졌다.

, 다음 주에 우리랑 LA 갤럭시랑 하는 거 알지?”

왜 모르겠어.”

허구한 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데…….’

덕분에 우리는 시즌이 1주일 더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아서 엄청 기다려진다. 너도 혹시 올…….”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내가 왜 거길 가야해? 돈 주고? 어이쿠. 공짜로 오라고 해도 안가. , 아니다. 난 베컴을 보러 갈 거면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 그런데 TV에서 중계 해주니까. 패스해야지. 그나저나 베컴한테 조심하라고 해야겠다. 왠지 부상당할 것 같아. 너희네 선수들이 좀 그렇잖아.”

명재도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반론을 제기했다.

사돈 남발하고 자빠졌네. 너희 네가 부상시킨 애들이 한 둘이야?”

누군데?”

그건 잘 모르겠다.”

이건 뭐 어디서 같다 붙이는 거야?’

그러더니 명재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팬은 또 어떻고? 남의 경기장에 불이나 내는 놈들 같으니…….”

그건 작년 여름, 상암 원정 당시에 있었던 일이었고, 당시에 TV 뉴스에도 나온 바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니까 개랑[각주:1]은 역시 답이…….”

나의 입술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그냥 동기건 나발이건 한 대 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대신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 이 새끼야! 가만히 들어보니까 짜증나서 못 있겠네. 아까 전부터 우리 벌레 보듯이 하고 말이야. 누가 그 따위로 쳐다보래? 눈 안 깔아?”

은경이 누나는 벌떡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하고는 내 손을 잡았다. 나도 덩달아 일어나게 되었다.

수훈아, 가자. 진짜 내가 여길 괜히 왔지. 저런 녀석이 내 후배라니, 끔찍해서…….”

후배라는 말에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가 수군거려졌다.

그래, 나 본 적 있는 것 같아. 어떡해.”

하지만 명재는 눈썹 한번 안 내리고 따라 일어나 대들었다.

저기, 선배님이라고 하셨죠? 저도 저런 분이 제 선배라니 미치겠네요. ‘따위나 좋아하시다니, 선택 잘 못 하셨네요. 얘들아, 오늘 만나서 반가웠다. 자리가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

은경이 누나는 호프집을 빠져 나가는 명재의 길을 막고는 물었다.

잠깐, 선배님한테는 인사 안하고 가냐?”

선배님이어도, 우린 남이잖아요? 지나다닐 때 서로 생까면 되는 거잖아요. 갈게요.”

명재는 예의라고는 완전 없었다. 머리만 긁적이면서 말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정말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은경이 누나는 기가 차서 아무 말 안하고 멍한 상태로 있었다.

선배님, 화내지 마세요. 앉으세요.”

준석이 은경이 누나에게 다가가서 이 상황을 달래보려고 노력했다.

은경이 누나는 문 밖을 계속 노려보다가, 화가 누그러졌는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나도 따라 앉았다.

한편, 준석은 이미 은경이 누나가 선배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계속 은경이 누나를 쳐다보는 동기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동기들의 표정은 불똥이 혹여나 튀지 않을까봐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은경이 누나의 비워진 맥주잔을 채워주면서 물었다.

이런 일을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괜찮으세요?”

내가 좀 이런 거에 아직도 예민해서 그런가봐. ‘개랑이라는 소리만 들리면 그냥 뭐라고 따지고 싶고 그렇긴 한데. 이젠 뭐 어느 정도 익숙해서 내성이 좀 들긴 했지만……. ! 그런데 진짜 짜증나네! 저런 녀석이 후배라니…….”

주위 동기애들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하자 은경이 누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 얘들아. 좋은 분위기 망쳐서 미안해. 나 없는 셈 치고 마셔. 하하하, 다 같이 한 잔 할래?”

그렇게 은경이 누나는 건배사를 제의하게 되었다.

우리 영어과 08학번 애들아. ……. 와줘서 고맙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

건배를 한 이후에 은경이 누나는 자리에 앉았다.

, 이렇게 건배사만 받다가, 내가 하니까 무언가 이상하네. 아무튼 간에 그 녀석이랑은 진짜 생까고 지내면 되겠지 뭐. 내가 알게 뭐야. 수훈아, 저 녀석이랑 절대 놀지 마. 알았어?”

나는 혀를 끌끌 차며 대답했다.

저 녀석이랑 말 섞기도 싫어요. 저 놈 예전에 TV에서 본 것 같은데…….”

은경이 누나는 맥주잔을 들이키더니, 다시 내 손을 잡았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먼저 갈게.”

, 아녜요. 저도 기분이 좀 그래서……. 같이 나가요.”

은경이 누나는 가방을 챙기더니 동기애들에게 다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동기애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준석이에게 회비를 내고(기본 만원이었는데, 덤으로 조금 더 낸 것 같았다) 나갔다. 나도 역시 작별 인사를 하고 따라 나갔다.

8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밖은 트랙탑 만을 입고 나가기엔 추웠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처음 본 사람한테 갑자기 손을 잡고 나간 은경이 누나 때문이었다.

나한테 감정이 있어서였을까?’

아냐, 단순하게 손이 잡힌 거뿐인데 내가 오해한 건가?’

 

은경이 누나와 나란히 걸어가면서 단순히 혼자만의 생각에 푹 빠질 무렵,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그 놈이 초만 안쳤어도 말이야. 넌 여기 근처에 산다고 했었지?”

. 누나는요?”

? 나 여기서 지하철타고, 저기 잠실역 근처에 살거든.”

갑자기 은경이 누나는 말이 없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뭐라 말을 하려고 해도 할 말이 없어보였다.

술이 벌써 다 깬 것 같네. 아무튼 가볼게.”

. 잘 들어가세요.”

은경이 누나는 손을 흔들며 지하철 입구로 갔다. 내 머리만 복잡한 것 같았다.

이게 술 때문이었을까?’

 

이러면서 나는 집에 오자마자 새로운 시즌을 위한 구상을 시작하였다. 물론 'FM‘으로 말이다.

 

 

04 / 2008.03.01.

 

 

처음 은경이 누나를 만난 지 1주일이 지났고, 2일 뒤에는 개강의 상황이 나를 기다렸다.

 

'FM' 중독은 정말 무섭다. 매일은 아니지만 2~3일에 한 시즌씩을 마무리해서 어느덧 박지성이 은퇴를 하게 된 시즌까지 플레이하게 된 걸 보면 말이다.(도대체 그는 언제 은퇴를 하게 될까?)

하지만 네이트온을 내내 켜놓는 이른바 죽돌이짓은 더 무섭다. ‘네이트온을 항상 켜놓아서 그런지 동기애들의 네이트온들어오는 시간대를 파악할 정도였다.

방구석 폐인 생활을 접어야지.’라는 생각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었다.

 

오후 2, 불청객이 나를 노렸다.

1주일 전 나를 짜증나게 만든 장본인, 명재였다.

네이트온친구 추가 신청을 받은 것이었다. 친구 추가 요청 메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얘기 할 게 있어. 추가 바란다.’

무언가 망설여졌다.

이 녀석, 나한테 무슨 짓을 또 하려고, 아니다. 그래도 동기인데, 혹시나 같은 과목, 같은 강의, 같은 과제 조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럴 땐 대의적으로 내가 품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해 수락 버튼을 누르고는 잠시 기다렸다. 먼저 대화를 건 이는 명재였다.(이모티콘들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몇몇 이야기들은 수정 과정을 거쳐서 썼다)

안명재 : 수락을 해 주다니 의외인걸. 그 땐 미안했다. 내가 먼저 욱 했나봐.’

사과를 하다니, 이게 어언 일이지? 이럴 땐 내가 대인 배라는 걸 보여줘야 해.’

이수훈 : 잊을게.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지. 실제로 수원 팬이랑 자리한 건 처음인가 보군.’

마지막은 나름 무슨 협상에 나선 협상가와 같은 문체로 작성했다.

안명재 : 너도 처음 아닌가? 우리랑 맞대면으로 대화한 거.’

이수훈 : 우리? 우리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안명재 : 우리 서포터들을 말하는 거지. 나도 너희처럼 우리 팀 서포터를 찾고 있었지. 없더라고.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슬이도 너희 쪽처럼, , 이슬이 누나도 우리 팀 서포터였어. 개인지지자.’

, 제일 그래도 동기 중에 귀엽게 생겨 보였던 애였건만……. 누나에다 뭐 그 팀이었어?’

나는 저절로 혀를 끌끌 찼다.

이수훈 : 원하는 게 뭐야?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건?’

안명재 : 너희 아길레온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어. 이슬이 누나가 잘 말해 주더라고. 그거 알아? 이제 우리 학교 공식 동아리로 우리 팀 서포터를 모집할 거라는 거 말이야.’

갑자기 어안이 벙벙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수훈 : 그래서?’

안명재 : 너희 같은 비공식 모임에 재정 지원도 못 받는 곳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거지.’

이수훈 : , 나랑 싸우자고 말하는 거냐?’

안명재 :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굴어. 우린 결과적으로 빽이 있지. 우리 과 교수님이 FC 서울 팬일 줄이야. 아마 개막 아니 개강하고 나서 한번 오시겠지.’

이수훈 : 잘 해봐라. 그렇게라도 팬을 모으고 싶다는 건가? 얼마나 잘되나 보자고.’

안명재 : 그래. 난 그럼 좀 있음 LA 갤럭시전 보러 갈 거니까 가 볼게. 우리 동아리의 첫 만남이니까.’

이수훈 : 몇 명인데?’

안명재 : 10명 남짓. 이 정도면 목표보다 높지 않겠어? 선의의 라이벌이었음 좋겠어.;

이수훈 : 어련하겠어?’

그 사이 명재는 오프라인 표시를 남긴 채 사라졌다.

라이벌은 무슨, 에너미야. 너희들은…….”

  1. 객관적으로 설명하겠다. 수원 블루윙즈의 팬들인 ‘그랑블루’를 비하하는 말이다. 언제부터 불렸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닭’과 함께 수원 블루윙즈를 비하하는 양대 표현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표현 모두 친근한 표현이 든다. ‘개랑’같은 경우는 모과자의 이름과도 비슷해서 ‘꽃보다 개랑’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는 판국이고, ‘닭’은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이 새(팀명도 한글로 풀어서 말하면 ‘푸른 날개’아닌가)라서 새 중에서 가장 멍청한 게 ‘닭’이라고 표현하는데, 세상에는 ‘싸움닭’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끔 ‘수원’이라 표기 안하고 ‘삼성’이라고만 표기하는 경우도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야구와는 다르게 축구는 지역 연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호칭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우리 부모님과도 가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웃어넘기기도 한다. 이런 건 축구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본문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축구공작소 소설  > MY Love, My Suw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Love, My Suwon - 5  (0) 03:14:20
My Love, My Suwon - 4  (0) 2014/01/08
My Love, My Suwon - 3  (0) 2014/01/01
My Love, My Suwon - 2  (0) 2013/12/25
My Love, My Suwon - 1  (0) 2013/12/19



원문출처 : http://kffactory.com/317

Articles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