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www.kfootball.org/board/1754518) 에 이어 계속 얘기를 이어가보자.
즉, 1편에서 언급한 자료를 토대로 K리그가 향후 동남아진출을 천명할 경우, 그 진출의 방식 및 자세는 어떠해야하는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2. K리그가 동남아를 접근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일단 위의 글에서 가 .부터 라.까지 보면서 가장 대중적인 견해와 상반되었던 부문은 다음의 부분이다.
' (전략).. 예상외로 놀라운건, 일본 선수가 동남아축구클럽에 입단하는 횟수는 점차 증가 중인데 비해, 동남아 선수가 일본 클럽으로 입단하는 사례는 (아직까지는)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다. 레콩빈을 제외하면 일본 J1, J2, JFL 까지 통틀어서 동남아 선수 영입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
이는 동남아 축구와 J리그 연계가 늘어나면 선수 이동, 특히 동남아 선수들이 C라이센스로 일본 축구에 대거 들어와서 하부리그에서 활약하며 쏠쏠한 유니폼팔이 내지 중계권 판매 수익을 창출해줄 것이다.. 라고 (한국축구팬들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왜 이런걸까? 레콩빈의 사례에서 이에 대한 답을 알 수있기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레콩빈은 베트남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명인 점을 주지하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유럽진출도 해봤던 선수이며, 2004년 성인 무대 데뷔 후, 데뷔 시즌 골든볼 수상으로 베트남 축구계의 신성으로 군림하더니, 골든볼, 실버볼, 브론즈볼 등 왠만한 상패는 모조리 독식하며 베트남 최고의 축구스타로 군림한지 어언 10년째 되는 선수이다. 여기에 얼굴도 잘생겨서 레콩빈의 삿포로 진출 이후 송림게안 FC의 관중이 반토막 났다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실력과 인기도 면에서 베트남에서 탑을 달리는 선수다.
하지만 이런 그가 삿포로에서 보여준건, J2리그 데뷔전 데뷔골과 데뷔전 퇴장, 그리고 일왕배 2라운드에서 홋카이도 교육대학을 상대로 기록한 2골, J2에서 추가로 기록한 1골이 전부다.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그렇게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레콩빈은 삿포로의 임대 연장 내지 완전 이적 제의에 거부를 선언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유는
1. 콘사도레 삿포로가 J1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
2. 원 소속팀에서 강력하게 복귀를 희망하고 있으며, 레콩빈 선수도 복귀를 희망한다는 점
이 거론되었다. 이렇게 입단 당시 일본을 넘어 한국축구계까지 들끓게했던 레콩빈과 삿포로의 인연은 5개월여만에 끝나고 만 것이다.
이 사례에서 동남아 선수들이 왜 J리그에 진출하는 횟수가 저조한지, J리그 팀들도 동남아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지 않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동남아 선수들은 'K리그'나 'J리그' 무대에 뛰는데에 대해 별로 집착하지 않고있는 것이다.
즉, 동남아선수들에게 한국이나 일본 무대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팀내 대우나 출전보장 및 클럽 순위 및 명성, 상위리그 및 국제대회 진출 등이 보장되었을 때만 그렇다는 얘기다. 출전도 안 시켜주고, 연봉도 별로다? 그러면 차라리 자국리그에서 뛰는게 낫다는게 그들의 입장인 것이다.
반면 한국축구팬을 위시한 다수의 인식은
'K리그 챌린지 팀 정도되는 영세구단이 동남아 국가대표 선수를 데려와서 뛰게하면 중계권 및 유니폼 판매 등으로 선수 영입에 들인 돈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지않을까..' 내지 '동남아선수들을 싸게 데려와서 키우다보면 터지는 선수가 있지않을까..' 정도의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즉, 동남아선수는 동남아 시장에서 중계권, 유니폼을 긁어오기 위한 유니폼팔이용 내지 헐값에 데려와서 주전급으로 성장하길 비는 로또 긁기용 정도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입장이 다르니, K리그에서 동남아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당분간 요원한 일로 보여진다. 한국축구계가 동남아선수들을 다른 외국인선수 내지 아시아쿼터 선수들과 동일하게 인식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
자, 그렇다면 위 분석을 토대로 이제 처음의 질문을 약간 바꿔, 정리를 해보자.
K리그가 동남아를 접근하는 방식은 현재 어떠하며 앞으로는 어떠해야 할까?
< 현재 >
위에서 언급한대로 '동남아 국가대표 몇명 싼값에 데려와놓고, 유니폼이나 중계권 떨이나 시도해보자..'. '유망주 몇명 헐값에 데려와서 묵혀놓고 키우면 대박날 수 도 있겠지.' 정도로 동남아 축구계를 이용하려 하는 자세는 한국축구 및 한국인들 스스로가 갖고있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월감에 기인하는 것이다. 마치 과거 최순호를 공짜로 데려가려 했던 유벤투스나 이나모토 준이치를 '유니폼 팔이용' 으로 조롱했던 아스날 팬들의 인식을 그대로 K리그와 동남아 선수의 관계에 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축구계는 호구가 아니다. 자국 축구리그 기반도 탄탄하고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자금력도 한국에 비해 크게 꿀릴게 없다. 외려 많은 한국선수들이 좋은 조건에 이끌려 동남아 축구팀에 하나둘 입단하고 있는 이 실정에서 싼값에 동남아시아의 유망한 선수를 데려온다는건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축구팬들은 EPL 등 유럽축구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깊은 이해와 팬덤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선수 몇명 K리그 간다고 K리그를 찾아볼거라고 기대하는건 무리가 아닐까?
< 앞으로의 기대 >
이제 결론을 내려보자. K리그가 동남아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축구 스스로 동남아시아 축구에 대해 갖는 우월감을 버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우리는 K리그의 동남아진출을 갈망하기 이전에 우리의 현실을, 그리고 동남아시아 축구계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등한 축구로 동남아시아 축구계를 재단하고, K리그는 아시아최고라는 우월감에 젖어있는 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어떠한 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보다 국제적으로 명성도도 높고 일처리도 깔끔하다고 우리 스스로 찬양하는 J리그가 왜 중계료 무료라는 호구딜을 불사해가면서 까지 J리그 중계 협상을 동남아 축구계와 하는건지, 바꿔 말하면 왜 J리그는 그토록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까지 동남아시아 축구계와의 협력에 사활을 거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이 겸손한 자세로 협력에 다가가지 않으면, 애초에 판 자체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동남아축구계에 '상전' 노릇을 하려는 양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달려들려고 하고 있다.
이제는 편견을 거둬내고 스스로 바뀌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