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리그가 끝났다. 한편으론 재밌었고, 한편으론 아쉬웠던 시즌이었다. 조금 늦었지만 축구공작소도 나름 2013 K리그 시즌 리뷰를 준비했다.
축구공작소는 K리그 각 구단의 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이번 시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1년 동안 자신의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인기 프로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적이 있는 인물을 인터뷰하려고 하니까 설렌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나는 정진이라고 한다. 별명은 별동대장이고 일반 직장인이다. 올해로 54살이다. 안녕하세요 방송에 왜 55살이라 나왔는지 모르겠다.
늦은 나이에, K리그 클래식 팀도 아닌 K리그 챌린지 부천FC를 응원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우연히 올해 3월 16일에 열린 첫 원정 개막 경기를 보러가게 됐다. 수원FC와의 경기였는데 전반전에 2-0으로 지고 있다가, 후반전에 3골을 넣으면서 역전을 했다. 정말 재밌는 경기였다. 그 이후로 계속 가게 됐다. 이번 시즌 부천의 35경기 중 32번 응원하러 갔다.
부천FC 서포터즈 ⓒ부천FC
정말로 대단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시즌이 끝나서 축구 경기가 없다. 많이 지루하겠다.
안 그래도 요즘 우울하다.(웃음) 주말에 매주 축구를 보러 갔는데 이제 할 일이 없어졌다. 동료들하고, 친구들하고 스키장도 다녀오고 했지만 공허함이 사라지질 않는다. 일주일이 너무 안 간다.
1월 달에 부천이 제주도로 동계 훈련을 간다고 했다. 그 때 연차라도 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러 가려고 한다.
동계 훈련까지 응원하러 간다니... 부천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거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시즌 부천을 총평 해준다면.
올해가 K리그 챌린지 창단 원년이다. 우리 부천 선수단의 대부분은 프로 무대 경험이 아주 없었다. 광주나 상주 경찰청 등은 프로에서의 경험이 많은데 우리 부천은 그렇지 않았다. 챌린저스리그에서 많은 기간 머물러있었지만, 프로와는 엄연히 다른 무대다.
나는 필드와 가장 가까운 좌석에서 경기를 본다. 눈이 나빠서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인다. 전반기 때는 선수들이 패스를 할 때 이름을 부르고 패스를 했다. 그런데 후반기에 들어서는 손만 딱 들고, 눈빛만 한번 교환하면서 패스를 전개했다.
물론 프로 무대니까 순위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천에게 이번 시즌은 전혀 존재하지 않던 팀워크라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시즌이었다. 지금처럼 호흡을 맞춰준다면 부천이 가지고 있는 기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월등히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후반기에 보여줬던 팀워크를, 커뮤니케이션을 내년 시즌 초반부터 보여준다면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제야 좀 퍼즐이 맞춰졌다.
부천FC 이후권 선수 ⓒ조이뉴스
내년 시즌 부천의 모습이 더욱더 기대가 된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올해 부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를 한명 뽑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부천의 에이스로 임창균 선수를 지목한다. 물론 임창균 선수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올해 우리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는 폭후기관차 이후권 선수다.
폭후기관차? 폭풍기관차 아닌가?
아니다. 이후권 선수의 ‘후’자를 넣어 폭후 기관차다.
센스 있는 별명이다.
고맙다. 미드필더인 이후권 선수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끝가지 밀어붙이고, 끝까지 싸웠다. 나 같은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정말 잘해보였다. 이후권 선수는 저돌적이고, 탁월한 볼 관리 능력으로 이번 시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번엔 가장 아쉬웠던 선수를 한명 뽑자면 누구인가. ‘분발하세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송치훈 선수다. 개인적으로 부천에서 가장 사랑하고, 서포트해주고 싶은 선수다. 이 선수는 패스 능력이 정말 좋다. 한 번씩 나오는 킬 패스가 일품이다.
송치훈 선수는 무릎 수술로 인해 지난 5월에 데뷔전을 치렀다. 그 전까지는 누구도 이 선수를 몰랐다. 그러나 차츰차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35경기 중 22경기를 뛰었다. 후반기엔 주전으로 활약했다. 부상 없이 시즌 초반부터 활약해줬으면 부천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아쉽다.
득점하고 표효하는 송치훈 선수 ⓒ부천FC
K리그 챌린지는 이번 시즌 새로이 만들어졌다. K리그 챌린지를 1년 동안 봤는데, 이 리그만의 매력이 있다면.
처음엔 챌린지가 뭔지 클래식이 뭔지 잘 몰랐다. 무슨 축구에 고전적이 필요한지 이해가 안됐다. 축구를 잘 아시는 분이 설명해주길 경기력이 좋은 팀들로 1부 리그 클래식을 구성하고, 조금 떨어지는 팀들로 너희들 열심히 하라고 2부 리그 챌린지를 구성했다고 했다. 이름도 챌린지가 아닌가.
이번 시즌 상주가 챌린지에서 1위를 하고 승격을 했다. 만약 승격 제도가 없다면 1위를 할 이유가 없다. 클래식 팀들 중 성적이 안 좋았던 팀들에게 너희들 공부 좀 더해라하면서 강등시키고, 챌린지에서 잘하는 팀이 승격 된다. 항상 2등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올라가 성공할 수 있다. 그 점이 참 좋은 거 같다.
좋은 말이다. 이번엔 내년 시즌 기대되는 선수를 뽑아보자.
주저하지 않고 송치훈 선수와 김건호 선수 그리고 이번에 팀에 입단하는 유대현 선수를 뽑고 싶다.
송치훈 선수에 대해선 이전 질문에서 충분히 말했으니 이 외의 두 선수에 대해 말하겠다. 먼저 김건호 선수는 이번 시즌 후반기 들어 점점 치고 올라왔다. 초반에는 프로 근성이 부족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살아난 거 같다. 경기를 풀어가는 센스가 있는 선수다. 수비수임에도 짧은 패스를 즐겨한다. 발도 빠른 선수다.
유대현 선수는 J리그에서 열심히 배우고 온 선수다. 축구 전문가들이 말하길 이번 시즌 부천 수비진이 약했다고 했다. 이 선수가 오면서 수비가 한층 보강될 것이라 기대한다.
정진이 서포터 ⓒ제공 정진이 씨, 편집 서유주
내년 시즌 바라는 부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금 있으면 제주도 동계훈련을 시작할 텐데 모든 선수들이 전우처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새로 들어오는 선수나 원래 있었던 선수나 부천이라는 타이틀을 하나로 뭉쳤으면 한다.
등에 부천FC를 달고 부천 팬들을 위해 쭉쭉 치고 나갔으면 한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라면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해서 선수단 전원이 서로에게 믿음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내년 시즌에도 부천을 열심히 부천을 응원할 것인가.
당연한 말이다. 선수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니까 내 아들인 것처럼 느껴진다. 선수들을 사랑하게 됐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부천이 이기면 룰루랄라같이 즐거워하고 졌으면 힘내자고 파이팅을 하는 것뿐이다.
정말 대단하다.
당신은 인터뷰 내내 감탄사만 연발한 거 같다.
그런가? 정말 대단해서 그랬다. 그럼 이만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수고했다.
글 = 정재영(spegod@naver.com)
인터뷰이 = 정진이(부천FC 서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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