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주에 대한 추억

by 홍군 posted Nov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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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곽희주란 선수와 나라는 수원팬이 함께 했던 지난 세월을 추억할 날이 있을거라 생각은 했음. 오늘이 그 모든 세월을 추억하는 날은 아니고 몇년 뒤에 제대로 추억해볼 날이 있을거임. 이 글은 그냥 몇가지 추억만 간단히 떠올려보는 글. 사실 진짜 제대로 추억팔이하면 한편의 글로 절대 못 담고 한 3~4편 정도로 나눠써야할건데, 그건 먼훗날 수원에서 은퇴식한 다음에 올리도록하자. 참고로 이 글은 절대 양질의 글이 아니고 그냥 막 쓰는 허세글임. 그러니까 허세 떠는거 보기 싫으면 뒤로 가기 ㄱㄱ



1. 이 사람에게 처음 관심을 가진건 2003년. 나는 2002년 월드컵 보고 K리그를 보기 시작한 소위 월드컵 세대였는데, 축구중계란 중계는 다 챙겨보다가 수원과 알힐랄의 아시아슈퍼컵 1차전을 SBS 공중파로 봄. 그때 이기형이 40미터에서 프리킥 골 넣는거 보고 완전 이 팀에 반해버림. (이때만 해도 고통의 시작이란건 생각도 못함) 2차전은 리그 병행 관계로 이운재 외 2~3명의 1군선수를 제외하곤 죄다 2군 데려가고, 연장전엔 골키퍼 박호진이 필드플레이어로 교체투입되기도 함. 결국 이운재가 승부차기에서 맹활약하면서 우승함.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기형은 그 시즌이 끝나고 FA로 성남으로 이적함. 그 선수의 6번은 대졸신인 곽희주에게 넘어감. 그때부터 이 선수에게 관심을 가짐



2. 뭐 2003년 데뷔전은 직관한적도 없고 사실 그 시즌에 이 형의 플레이를 직접 본 기억은 거의 없는듯. 워낙 경기장을 많이 못 갔으니까. 그 왜 신인선수들 써브명단에라도 들어오면 막 열광하는 사람들 있잖아. 그땐 내가 그런 사람이었음. 중학생 꼬마애가 이 선수 좋다고 팬카페 만들고 홍보글도 막 올리고 그랬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남. 그때만해도 이 형하곤 메일로만 연락하던 사이였고, 지금처럼 서로 욕하는(....) 사이가 될 줄은 몰랐지.


3. 2004년은 곽희주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했고, 팬카페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 사실 나보다는 부운영자로 들어왔던 동갑내기 친구가 거의 모든걸 다 했는데, 2004년 10월 3일 북패전에선 첫 걸개도 걸었고(그때 문구는 중원의 별이 되어라 곽희주) 챔결땐 우승까지 했었지. 챔결땐 팬카페 사람들 다 모여서 같이 밥 먹은 것도 기억나네.


4. 2005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음. 나도 팬카페 활동 본격적으로 시작함. 시즌 전 팬즈데이때는 동수원사거리 근처에 있던 곳에서 처음으로 팬미팅도 했었음.(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건 함정) 나 사실 이 형 이때 처음 봤음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그랬고 팬즈데이 당일에 마토 영입 발표되고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은 주전 밀리는거 아니냐고 역레발을 시전함. 하지만 여전히 쓰리백의 주전으로 당당히 출전함. 차범근감독이 인터뷰에서 아예 대놓고 띄워주기도 하고, 골욕심도 내기 시작하더니 대전원정에서 프로 데뷔골을 바이시클킥으로 넣음. 그 경기 직관한게 자랑.


그리고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벡/쿠웨이트 원정때 국대에 뽑힘. 교체투입되서 데뷔전도 치룸. 쿠웨이트 원정때였는데, 나랑 문자하면서 밤새던 친구는 교체투입 직전에 잠들어서 못 봄ㅋㅋ 난 다 봤음. 캬..동아시아대회때도 뽑힘. 근데 그 대회 끝나고 본프레레형이 짤림ㅋ 아놔ㅋ 우즈벡 원정 갈땐 그랑블루 소모임에 어떤 분이 가신다고 하셔서 그 분께 부탁드려서 우즈벡에 걸개 걸기도 했었음. 캬..


그리고 수원은 리그에서 개판이 됨. 그래도 희주는 끝까지 뜀.


5. 2005년 시즌 최종전 대구와의 홈경기. 형 부모님하고 골드석에서 같이 경기를 봤음. 전반 중반쯤 됐을까. 골드석 바로 앞에서 곽희주가 대구 선수한테 태클을 시도함. 태클당한 대구선수가 넘어지면서 곽희주 왼발 위로 떨어졌는데, 이때 왼발목 비골골절 및 내외측 인대 부상을 당함. 정말 심한 부상이었지.. 부상당한 형 위로해주겠다고 형 아버님하고 나하고 같이 푸마-스투 인기선수(지금의 팬타스틱 플레이어 같은 상) 투표 열심히 하고 결국 수상하게되서, 목발 짚고 수상을 하기도 했었지..


6. 2006년 초반엔 경기를 못 뜀. 월드컵 시즌에 컵대회 시작하면서 좀 빠르게 복귀함. 수술한 발엔 핀이 남아있었고.. 이때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었지ㅇㅇ 뛰는 내내 또 다치면 어쩌나 싶어서 매 경기 맘 졸였던 기억이...

그 해는 내가 고3이었음. 그런데도 한달에 한번은 경기장 감. 수시 덕분에 대학 일찍 붙어서 2학기땐 수원 겁나 많이 감. 좋았음. 근데 수원이 콩블을....아...


7. 2007년엔 음.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형 보러 클럽하우스도 가고 그랬었지. 컵대회 대전전이었나에선 병원 실려간 형 보러 동수원병원 갔다가 이관우 만나서 사진 찍은 적도.. 앞에서 글을 너무 많이 썼더니 피곤하다 아ㅇㅇㅇ 2007년은 나중에 기억해야지ㅇㅇ


8. 2008년엔 리그 우승했음ㅋ 그랑블루에서 시즌 끝나고 나눔의행사를 했었는데 내가 형 꼭 오라고 부름. 근데 이 형이 애장품 경매에 내놓으려고 포장도 안 뜯은 푸마 용품이랑 구단 용품들을 한보따리 싸옴ㅋㅋㅋㅋㅋㅋ챔결2차전 실착 축구화가 62만원에 낙찰되면서 전년도 안정환 축구화의 3배를 기록함. 나도 여기 꼈었는데 30만원인가 넘어갔을때부턴 포기함ㅋㅋㅋㅋ 성금으로 써달라고 현찰을 주기도 했었지..


9. 2009~2010은 내가 군대 가서 추억이 ㄴㄴ함.


10. 2011년엔 내가 블루포토 시작하면서 경기장만 가면 형을 마주치게 됨. 이때부터 이 형은 날 팬이라고 생각 안함ㅋㅋㅋㅋ 뭐 2011년엔 별다른 추억은 없고 아팠던 기억만 있지. 8월 상주상무전에서 부상당하고 쉬다가 FA컵 결승전때 선발로 나옴. 근데 다쳐서 교체아웃. 한달뒤 부산과의 6강플옵, 울산과의 준플옵에도 선발출전했는데 전반 끝나기도 전에 교체아웃됨. 이때 무리한 덕분에 2012시즌 초반에 결장. 그때 당한 부상이 지금도 형을 괴롭히고 있지..


11. 2012년엔 주장 다시 함. 무승 끊은 인천전 끝나고의 포효는 아직도 잊을 수 없음. 바로 앞에 있었는데 '으와아캉카앜알' 레알 이렇게 소리지름ㅋㅋㅋㅋ 그때 서포터랑 좀 오해가 생기기도 했었는데 그거 때문에 이 형 싫어하게 된 사람도 꽤 있는듯. 근데 이런 사람들도 이번엔 죄다 이 형 편 들더라.. 과연 곽희주..


상주 원정이 기억나네. 이 날 대기명단에 있었는데 선발선수들 들어오고나서 나중에 들어오다가 날 보더니 갑자기 손가락으로 욕함ㅋㅋㅋ 뭐 이런 형이 다 있나싶었음ㅋㅋㅋㅋ


12. 올해는 뭐 있었더라.. 아 그래. 5월 스크전에서 했던 데뷔 10주년 행사.

희주형의 데뷔 10주년 행사를 해야겠단 생각은 2011년부터 해왔음. 그때까진 무조건 뛰겠다는 확신이 있었음. 그래서 작년에 상주원정 갔을때 구단 최차장님하고 밥 먹으면서 이 얘기를 건냈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셨음. 그런 아이디어 있으면 무조건 말해달라고 하셨지.


5월이 됐을때 수원 명예기자단 팀장하고 상의해서 행사 개요를 짜기 시작함. 구단에서도 잘 도와준 덕분에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행사를 했지. 그 날 경기 진건 함정이지만... 그래도 난 그 날 너무 행복했음. 민상기가 희주형한테 기념케익 주는 그림은 지금 생각해도... 이건 내가 생각한게 아니긴 하지만ㅋㅋ


13. 아직 갈지 안갈지 모르겠지만 난 어떤 선택을 해도 이 형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음. 나에게 있어 이 형은 헌신과 희생이란 단어가 어떤 뜻인지 알려준 형이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형이지. 이런 말하면 완전 오글거리는데 선수-팬 관계가 아니고 걍 가족이라더라. ㅋㅋㅋㅋㅋㅋ 가족이니까 욕하는거라나 뭐라낰ㅋㅋㅋㅋㅋㅋ


내가 쓴 글인데 사진이 하나도 없으니 뭔가 어색하다. 사진 넣기 귀찮아서 그런거니까 이해해주기 바람. 재미없었을텐데 ㅋㅋㅋ 남발된거 잘 참고 여기까지 내려온 사람들에게 감사염기훈. 곽희주 파이팅. 수원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