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얘기 하니까 어제 새벽에 가가랜챗에서 만났던 재수생이 생각난다

by 휴지맨 posted Nov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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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성오타쿠 흉내를 내면서 발정난 청년들을 성공적으로 낚고 있었는데 그는 다짜고짜 '형, 고민 있어요' 라며 날 붙잡았다

고등학교 때 좀 놀았던 일진이었나보다. 그런데 대학 나와서 인간 취급을 받고 싶단다. 재수중인데 내년 군대 갔다와서 3수에 도전한다고.

그는 이제사 기본영문법과 공통수학을 잡고 있었다.

"형, 저는 교대 가고 싶어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9급공무원이라도."

"군대 갔다오면 다 리셋될텐데 어떡하죠? 삼수하면 병신인가요?"

요즘 삼수따윈 스테이터스고, 그에게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교사나 9급공무원.

교사나 9급공무원이 돼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없단다. 그냥 교사가 '되는' 게 꿈이란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는 건 기특하지만 꿈이 없이는 오래 버티기 힘들 거라고 선생질을 했다.

그런데 그는 늦바람 든 공부가 재밌단다. 어제는 9시간이나 공부를 했단다.

얼마 전 채인 여자친구가 이대생이었단다.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단다.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언어영역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문제풀고 오답체크한 다음에, 문제풀고 오답체크해. 그런 다음엔 문제를 풀고, 오답 체크해"

수리영역을 잘하는 법도 가르쳐줬다."과외받아." "저 학원 다니는데요" "넌 절대로 못따라가. 과외받아..."

"그리고 군대에서 영단어 외워..." "네.... 고마워요"

그는 내게 웨이트트레이닝 요령을 가르쳐준 다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챗방에서 나갔지만 나는 밤새 가슴이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