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로의 입성을 망설이지 마라.
간혹 권리는 누리고 싶지만, 의무는 다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기는 키우고 싶지만, 우는 아기는 키우기 싫다는 경우나 결혼을 하고 싶지만, 가족 부양은 하기 싫다는 경우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는 누리고 싶지만, 국방의 의무는 다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K리그에 들어오고 싶지만, K리그 챌린지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지 않다도 이와 비슷한 경우이다.
K리그는 계속해서 파이를 키워가는 중이다. K리그 클래식 14팀 K리그 챌린지 8팀으로 총 22팀이 존재하고, 앞으로 이 숫자를 더 늘려가려고 한다. 한국프로연맹은 올 해 향후 비전으로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의 숫자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서울을 연고의 팀을 포함해 더 많은 K리그 팀을 창단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도적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2014년 까지 창단하는 팀에게 가입금을 깎아 준다던지 신인 선수 선발에 해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다. K리그 챌린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프로축구 유치하려는 안산시의 움직임. K리그 클래식만 프로축구가 아니다. 팀 창단에 대한 의지를 좀 더 강하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폼이 안나 K리그 챌린지로의 입성을 꺼려하는 지자체.
파격적인 창단 지원에도 복수의 지자체에서 K리그 팀 창단에 대해서 미지근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바로 K리그 챌린지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 “폼이 안 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슈퍼매치와 동해안 더비 가득 찬 운동장과 ACL 출전 자격이 있는 한국 최고의 리그 K리그 클래식에는 숟가락을 얹고 싶다. 그러나 그 보다 폼이 안 나는 K리그 챌린지부터 시작은 싫다는 것이다. 성남 일화를 안산시가 인수하려고 했던 배경에는 K리그 클래식 팀을 인수하면 바로 K리그 클래식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이러한 이중적 자세는 연고지 수장들과 메인 스폰서를 하려는 기업이 보이고 있다. 기왕 하는 신접살림이라면 갖출 거 다 갖추고 좀 더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많은 하객들 속에서 큰 홀을 빌려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기와 시작하는 사업이라면 큰 매장에서 시끌벅적하게 영업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사업도 차근차근 사업을 확장해야 망하지 않고, 결혼도 재정 수준에 맞게 시작해야 옳다. 오픈빨 끝나고 파리 날리는 식당처럼 신혼여행 마치고부터 갚을 빚부터 걱정하는 신접살림이 돼선 안 된다.
K리그 챌린지 수준을 무시하지 마라.
지자체의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프로스포츠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K리그 클래식 수준을 너무 낮게 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새로 팀을 창단해도 K리그 클래식에 있더라도 성적이 좋지 못하면 언제든 K리그 챌린지로 강등을 당한다. 지난해 강등당한 상주, 광주 그리고 올 시즌 강등 당할 팀들이 절대 팀의 수준이 엉망이어서 강등 당하는 게 아니다. K리그 클래식 상위권 팀인 포항, 울산, 전북, 서울, 수원, 인천까지 이런 쟁쟁한 팀들에 비해 조금 못할 뿐이다.
좀 더 현실적인 돈 문제와 팀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 보겠다. 지금 K리그 클래식 수준에선 어떤 팀이든 창단한 팀이 입성하면 하위권에 머무는 게 눈에 보이든 뻔하다. 과거 수원이 창단할 때처럼 대대적 재정 지원이 있어서 다른팀의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했고, 빠른 시간내에 리그에서 강팀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스타급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채우려고 영입할 바엔 2팀을 창단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선수들을 모은다고 해도 성적이 1년 내에 나오기 어렵다. 지금 K리그 클래식 팀들이 만만치 않다.
K리그 챌린지에서 1년 만에 승격할 실력도 없다면, K리그 클래식에선 반년이면 최하위로 내려갈 거다. 그게 K리그 클래식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팀을 강하게 만들어서 K리그 챌린지에서 1년을 보내고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면 될 일인데 굳이 꼭 K리그 클래식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K리그 챌린지에서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
새로 팀을 창단할 의향이 있는 안산이든,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던 간에 K리그 챌린지에서 시작은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우선 위에서 언급 한 대로 창단 첫해 절대 좋은 성적이 날 수 없다. K리그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처럼 하위권에 머물게 되면 다음 해 바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 당한다. K리그는 1년도 기다려주지 않는 리그이다.
대규모의 투자로 팀을 만들어 놨지만, 추락하는 이미지를 갖는 것보다 K리그 챌린지에서 시작해서 상승하는 이미지의 팀으로 운영하는 게 좋아 보인다. K리그 챌린지 역시 청주를 제외하곤 모두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경쟁하기에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프로 첫해에 안정적인 경기력과 성적을 내는 수원FC 고양과 안양을 보면 K리그 챌린지에서부터 제대로 된 투자를 한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더불어 구단을 운영하는 행정이나 유소년 시스템 등 시설 구축하는데 있어서도 당장 큰 무대인 K리그 클래식 수준으로 시작하는 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꼴이 된다. 배우는 자세로 차근차근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서 구단의 행정력을 끌어 올리는 게 필요하다.
차라리 월세로 시작하는 게 낫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등을 좋아한다. 자신이 하는 일은 항상 1등이 되어야 하고 남들 눈에 어떻게 평가 받는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새 팀이 K리그 클래식이 아니라 K리그 챌린지에서 시작하는 걸 꺼려하는 거 같다. 그러나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다가 아니다. 우선 내 자신이 만족스럽고 행복 하는 게 중요하다.
2013 K리그 수준은 상당히 높다. K리그 클래식으로의 바로 입성을 막는 이유는 단순히 K리그 클래식이라는 파이를 나눠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당장 뛰어 들면 입게 될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걸 중요시해서 빚을 지고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것 보다 차라리 수준에 맞게 월세에서 시작하는 게 오히려 낫다. K리그 챌린지로의 팀 창단을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
양동혁(dh568@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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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kffactory.tistory.com/193